[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068270)그룹 회장 체제에서 셀트리온 3사 합병과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등 다양한 성장 비전과 청사진이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서정진 회장은 202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년 만에 리더십 필요성 등을 이유로 경영에 복귀했죠. 당시 서정진 회장은 2년의 임기로 사내이사·이사회 공동의장을 맡으며 한시적 복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서정진 회장은 2년의 임기를 마치고 25일 열린 셀트리온 제34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2027년 3월까지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됐습니다.
셀트리온 측은 서정진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배경에 대해 "제품 개발, 생산, 판매 전략 등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며 "재선임을 통해 회사가 글로벌 제약 산업 내 선도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셀트리온 합병·글로벌 기업 M&A '감감무소식'
그는 앞서 셀트리온 3사 합병, 글로벌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해 2030년까지 매출을 12조원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번 주총을 앞두고 연평균 매출액 30% 이상 성장, 자기자본 이익률 7% 이상 달성, 3년간 평균 주주환원율 40% 달성 등 그룹의 밸류업 계획도 발표하며 주주들의 환심 사기에 나섰습니다. 셀트리온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환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 것인데 실현 가능성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서정진 회장이 공언한 목표 중 셀트리온 3사 합병은 지난해 8월 주주들의 반대로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제약 간 합병이 무산되면서 미완성으로 끝났습니다. 셀트리온 이사회가 "추후 양사의 주주가치 제고가 수반되고, 양사 주주 대부분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시점에 통합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이후 더 이상의 진척이 없는 실정입니다.
글로벌 유망 기업 M&A 역시 2년의 서정진 회장 경영체제 동안 가시적으로 보인 성과는 없습니다.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에 참석한 서정진 회장은 올해 4분기에 대규모 M&A 추진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 본연의 바이오 사업과 시너지 창출, 수익성 극대화에 의문부호가 붙는 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여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진석 대표는 "지난해 여러 투자 건이 진행됐지만 주주들이 생각하는 규모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스몰딜 말고도 빅딜도 굉장히 많이 논의되고 있고 빅딜로 생각할 수 있는 건도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었지만, 결과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셀트리온이 2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사진=뉴시스)
주총 안건 원안대로 통과…주주들 "책임 경영 결단" 요구
25일 열린 셀트리온 주총에서 화두는 서정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었습니다. 제왕적 오너 경영 체제 굳히기라는 비난 속에 서정진 회장 연임을 달가워하지 않은 주주들은 연임에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소액 주주연대 측이 제시한 연임 조건을 살펴보면 회사 내부 목표와 대외적 목표는 달성한 가능한 수치로만 언급할 것,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공표한 매출 5조원과 짐펜트라 매출 7000억원의 90% 달성입니다. 이들은 3가지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못할 시 내년 주총에서 서정진 회장이 과감한 책임 경영의 결단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날 서정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대신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가 과도기를 지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시적인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서정진 회장이 직접 현지에서 진두지휘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 기대를 모았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가 부진한 실적을 내 당면 과제가 추가됐습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짐펜트라의 목표 매출을 5000억~6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 매출은 366억원에 그쳤죠. 올해 짐펜트라 미국 매출 전망치도 당초 서정진 회장이 제시한 목표치인 7000억원을 한참 밑도는 2000억~3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서진석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짐펜트라의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미국 시장은 유럽 시장과 다르게 준비 절차가 복잡했고,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약속했던 매출액 7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성과를 내서 주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실적으로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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