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정유업계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하며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집니다. 원유 생산량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에 원유 가격이 안정화 흐름을 보이는 점도 정유업계에 긍정적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이 최근 상승해 손익분기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bbl)당 8.7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주보다 2.1달러 상승한 수치로 1월 3.2달러, 2월 4.9달러에서 상승 흐름을 보였습니다.
3월 둘째 주는 이보다 0.8달러 내린 7.9달러를 기록했지만, 손익분기점을 웃돌고 있습니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 비용을 뺀 값인 정제마진은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봅니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올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는 가운데 석유제품 수요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제유가 대표적 지표인 브렌트유는 지난 1월 셋째 주 평균 가격이 배럴당 81.01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주 평균 배럴당 70.05달러로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유 증산을 예고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OPEC플러스)가 다음 달 감산을 해제하기로 하면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글로벌 정제 설비 증가분이 제한돼 공급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호재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석유 수요가 110만∼14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순증설 규모는 약 30만배럴에 불과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도 정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달 시행되는 캐나다산 원유 10% 관세는 미국 정유사에 캐나다산 원유 공급 감소를 초래하고, 정유사 가동률이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이끌어 정제마진이 개선된다는 것입니다.
주로 미국에 유입되는 캐나다산원유(WCS)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WCS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배럴당 55.0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두바이산 원유 71.3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6.75달러보다 가격이 10달러 이상 낮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일본 에네오스와 함께 캐나다 원유 30만 배럴을 시범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도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한다면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저조했던 1월 정제마진이 이후부터 개선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유가도 안정세라 제품 수요 증가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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