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5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막을 올립니다. 올해는 '연결(Connect)'이 '융합(Converge)', '창조(Create)'라는 키워드 아래,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새로운 창조를 도모하는 데 참가 기업들의 역량이 집중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텔코(Telco) 진영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행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5G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간 MWC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의 '연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워왔지만, 올해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기는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MWC2025 주제는 '융합하라, 연결하라, 창조하라'입니다. 다양한 모바일 기술을 융합하고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과 솔루션을 창조한다는 개념입니다. AI가 각종 기술 솔루션에서 윤활유와 매개체 역할을 동시에 하는 셈인데요. 지난 2021년부터 AI가 MWC 테마 기술로 이름을 올려왔지만, 그동안은 클라우드 내로 범위가 한정되거나 5G와 함께 연결을 도모하는 매개체 정도로 그 역할이 제한됐습니다. 이번에는 AI로 공정을 간소화하거나 비용 절감을 한 모습, 또 자동차나 로봇 등 물리적으로 AI가 작동하는 모습 등 변화된 AI의 실체를 눈으로 감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AI가 모든 산업의 중심에 서면서 MWC의 중심도 자연스레 AI가 차지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그동안 키워왔던 망 이용 대가에 대한 목소리는 뒷전에 밀리는 모양새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의 망 이용 대가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까닭입니다. 구글의 유튜브와 글로벌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메타 등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트래픽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가 간 통상마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슈인 만큼 관련 주장에 힘을 싣기 어려워진 모습입니다.
트럼프 2기 정부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맡은 브랜든 카가 글로벌 통신 정책과 관련한 기조연설에 나서, 망 이용 대가 논의에 긍정적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브랜든 카는 초고속인터넷 구축을 위한 기금(USF)이 부족해지자 빅테크가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정책적 관점에서 망 공정 기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통신사업자들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기는 쉽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 1~2년전 통신사업자들이 미국 빅테크를 향해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웠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유영상 대표도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받아야 되는 거라 생각하지만, 국제 관례, 통상 관례 등 국내외 여러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MWC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이번 MWC의 테마로 이동통신 산업의 향후 수익성 확보 방안, 가능성과 위기가 상존하는 AI의 활용방안 등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거리에 있는 MWC 광고판. (사진=뉴스토마토)
AI에 포커스를 맞춘 기업들은 바르셀로나 거리부터 MWC 전시장 부스까지 AI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근처뿐 아니라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도 갤럭시S25 울트라 갤럭시 AI를 내걸었습니다.
KT(030200)는 공항 내에 AI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장외 광고에 힘을 줬습니다.
MWC 부스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AI 서비스 보여주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SK텔레콤(017670)은 AI 데이터센터(AI DC)를 부스 한가운데 전시하며, AI 기지국(AI RAN) 시연도 준비 중입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익시를 통해 달라지는 2050년 미래 생활상을 익시퓨처빌리지를 통해 공개합니다. 실생활에 적용된 익시는 '현재 실내 온도는 22도, 오늘의 주요 일정은 오전 10시 미팅, 오후 7시 가족 식사입니다. 오후 5시 혈압약 복용도 잊지 마세요'를 알려주며 하루를 챙겨줍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붙은 KT MWC 광고. (사진=뉴스토마토)
해외기업들도 AI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스페인 텔레포니카는 5G와 엣지 컴퓨팅, AI를 적용해 백내장 환자의 수술 필요성을 판단하고 암 환자의 백혈구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의료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고, 일본 KDDI는 자율주행 기반 차량을 이용해 자율 쇼핑을 지원하는 AI 모바일 차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I의 구체적인 서비스들이 수를 놓으면서 올해 MWC에는 10만명 넘는 관람객이 모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코로나로 2022년 6만명, 2023년 8만9000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지난해 10만1000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10만명을 넘어선 바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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