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유영상
SK텔레콤(017670) 대표가 인공지능(AI) 수익화에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돈 버는 AI'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AI 데이터센터(AI DC) 라인업을 확대합니다. 모듈형 AI DC를 비롯해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장 규모 하이퍼스케일 급까지 시장을 세분화한다는 내용입니다. 단기간 사업 확장이 가능한 AI DC 중심으로 수익화에 나서면서 에이닷, 에스터, 에이닷 비즈 중심 에이전트시장 확장도 정조준합니다. 가입자 기반 확대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데요.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빅테크에 내줬던 시장을 AI 시대에서는 적극적으로 주도하려는 차원입니다.
유영상 대표는 2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AI피라미드 2.0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유 대표는 "당장 수익성이 AI DC에서 창출될 수 있기에 AI DC 사업을 세분화해 공략하지만, 시장 사이즈는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에이전트로 갈수록 커진다"며 "빨리 돈을 버는 사업에 집중하면서 기업간거래(B2B), B2C 에이전트 사업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AI피라미드 1층 내용인 AIDC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유 대표는 우선 피라미드 1층인 AI 인프라 영역에 있는 AI DC 사업에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비수도권 지역 거점에 100MW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유 대표는 "미국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AI 데이터센터에 5000억달러를 투입하는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시도가 부족하다"며 "수도권이 아닌 지역 거점에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 규모는 6만장 수준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2027년까지 GPU 3만장 확보를 목표로 추진되는 정부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와 비교하면 두 배 큰 규모입니다.
SK텔레콤은 여기에 더해 AIDC 사업 방식을 다각화해 3개월 안에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AI DC 구축이 가능한 소규모 모듈러 상품과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필요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주는 단일 고객 전용(Dedicated) 상품도 추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가산에 가동을 시작한 구독형 GPU(GPUaaS)까지 총 4개의 AI DC 사업 모델로 세분화한 것입니다. 유 대표는 AI DC 수익화 가능 시점에 대해 "빨리 돈 벌 수 있는 순서는 모듈러가 3개월로 가장 빠르고 단일 고객 전용 방식은 1~2년, 하이퍼스케일은 2~3년 정도로 (수익화 시점을)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AI피라미드 2.0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AI피라미드 2층 AI B2B와 3층 AI B2C 영역에서는 에이전트 사업에 중점을 둡니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구글은 유튜브,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확고한 비즈니스모델(BM)을 만들었듯 AI 시대 성공 BM으로 에이전트 사업이 손꼽히고 있는 까닭입니다. 유 대표는 "AI DC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향후 매출이나 수익성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AI B2B 영역인 에이닷 비즈는 SK C&C와 원팀으로 개발 중인 서비스로, 내부 베타 테스트를 거쳐 연내 SK그룹의 21개 멤버사로 확산할 방침입니다. 에이닷 비즈는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 분석 같은 일상 업무 전반과 세무·법무·인사(HR) 등 전문 영역에서 특화 기능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B2C 모델인 에이닷은 킬러 서비스로 자리 잡은 AI 통화 요약 기능을 고도화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고 검색, 예약과 같은 사용자 요청을 완결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될 예정입니다. 가입자 기반이 큰 외부 서비스와 결합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인데요. 유 대표는 "에이닷은 가입자 89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 740만명의 서비스가 됐다"며 "올해는 기능 고도화를 통해 MAU 1200만명을 달성하고, 외부 서비스에 결합되는 경우까지 합치면 MAU을 1억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출시를 준비중인 에스터도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포함한 글로벌 통신사들과 협력해 글로벌로 확장시켜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SK텔레콤은 AIDC와 B2B AI, B2C AI 삼박자를 갖춰 올해 궁극적으로 AI 수익화에 매진합니다. 앞서 AI피라미드 1.0 당시 2028년까지 매출 목표치를 25조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유 대표는 이에 대해 "무형의 가치 AI에 대한 열망을 담은 기대치였는데, 실질적 형태를 갖춰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올지는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자강과 협력을 통해 AI 수익 내기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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