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앤코, 8년 만에 SK해운 매각 시동…LNG 부문 매각이 '관건'
인수 8년여 만에 SK해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LNG 제외 기업가치 2조~3조원…높은 부채비율 과제
엑시트 성공 여부, 결국 LNG운항 부문 매각에 달려
2025-02-24 06:00:00 2025-02-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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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사모펀드(PEF) 한국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SK해운 인수 8년 만에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011200)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실사는 다음 달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HMM은 SK해운의 전체 사업 부문이 아닌 일부만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앤코의 성공적인 엑시트는 SK해운의 핵심 사업인 LNG 운항 부문 매각이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8년의 기다림, SK해운 엑시트 시동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해운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선정됐다. SK해운의 현 소유주인 한앤코는 지난해 말부터 자문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SK해운의 매각을 추진해왔었다.
 
(사진=HMM)
 
이번 매각에서 한앤코는 SK해운 경영권 전반을 내놓는 통매각을 전제로 추진했다. 하지만 매각에 난항을 겪자 한발 물러서 전체 경영권이 아닌 일부 선박과 사업부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실제 우선협상대상자인 HMM은 현대상선이던 지난 2014년 LNG 운송 사업권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겸업금지 조항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HMM은 오는 2029년까지 LNG운송업에는 진출할 수 없다.
 
매물인 SK해운은 2024년 기준 원유선 22척, 제품선 1척, LNG선 12척, 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 7척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사업부별 매출은 탱커선(유조선, 제품선)이 35.4%, 가스선(LPG선, LNG선)이 27.1%, 벌크(Dry)선이 17.9% 순이다.
 
한앤코의 노력 덕분에 SK해운의 평가액은 2019년 3062억원에서 2023년 602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재 SK해운의 기업가치는 대략 4조원대로 평가된다. 그리고 현재 LNG운항 사업부문을 제외하면 2조~3조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완의 엑시트, 손익은?
 
한앤코는 지난 2018년 해운업 불황이 한창이던 2018년 SK그룹과 SK해운에 대한 신주·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SK해운을 인수했다. 당시 투입비용은 유상증자에 1조원, 전환사채(CB)발행에 5000억원이다.
 
2023년 말 사업보고서 기준, 한앤코의 지분율은 71.43%다. 이어 SK가 16.3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21년 12월부터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CB)는 총 3319만주 규모로 신주 발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실제 한앤코의 SK해운에 대한 행사 가능 지분율은 78.9%에 달한다.
 
경영권 인수 당시만 해도 SK해운 영업이익은 733억원에 그쳤고 순이익은 85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한앤코는 전체 매출 중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늘려가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재 SK해운의 장기계약 비중은 2019년 44.7%에서 2024년 9월 69.7%로 꾸준히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해운운임 상승은 SK해운에 날개를 달아줬다.
 
 
 
실제 SK해운은 △2019년 1643억원 △2020년 2178억원 △2021년 2079억원 △2022년 3723억원 △2023년 3671억원 등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거론된 채무부담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SK해운의 부채비율은 443.3%에 달한다. 이는 HMM 19.9%, 팬오션(028670) 66.6% 대비 현격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3년에 지출한 이자비용은 2808억원으로 같은 해 영업이익의 76.5%에 달했다. 2022년에도 SK해운의 이자비용은 2208억원으로 당해 3722억원의 59.3%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엑시트 이전 배당을 통한 일부 차익실현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한앤코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해서는 매각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재 거론되는 SK해운의 LNG운항 부문을 제외한 사업부의 매각가는 2조원에서 3조원대로 추정된다. 투입비용이 1조5000억원이었고 사업부의 일부만을 매각하는 것이라 표면적으로 보면 이익을 남기는 딜로 여겨진다.
 
하지만 SK해운의 2023년 말 기준 부채 총액은 5조8073억원으로 이 가운데 만기가 1년 미만인 비유동부채는 3조8081억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매각 과정에서의 협상력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MM 입장에서 인수 부채의 범위에 따라서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과 다른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논리다.
 
LNG운항 벨류에이션 전략이 엑시트 갈라
 
결국 한앤코의 성공적인 엑시트의 향방은 SK해운 LNG운항 사업부문의 매각에 달렸다.
 
해운업계에서 LNG운항은 알짜 사업으로 손꼽힌다. LNG운항의 경우 대형 선주와 장기 운항 계약을 맺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 경우 안정적인 수익성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SK해운)
 
실제 SK해운은 SK가스와 SK에너지 등 SK그룹 에너지 계열사와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국내 공기업, 카타르 에너지청과 같은 해외 국가 기관과 장기 운항 계약을 맺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도 LNG운항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가스선 운항 매출은 4028억원, 영업이익은 122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무려 30.3% 달한다.
 
다만 LNG운항의 경우 매각의 최적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은 한앤코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KDI 한국개발연구원이 발간한 ‘LNG 시장 및 LNG선 동향과 전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LNG선 선복량 증가율은 지난 2018년부터 연평균 7.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왔고 오는 2025년과 2026년엔 연 11% 내외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027년부터 성장률은 8%대로 낮아지고 2028년부터는 5%로 성장률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2기 정부의 화석연료 사용 범위 확대로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일정 수준 수요가 증가한 이후 공급 과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LNG선사 매각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전 현대상선의 LNG운항부문을 인수한 IMM컨소시엄은 2026년 말 만기로 리파이낸싱 작업을 통해 현대LNG해운 매각 기한을 2년 더 늘렸다.
 
앞서 IMM컨소시엄은 HMM에 현대LNG해운을 8000억 원에 매각하기를 희망했지만 HMM은 3000억원을 제시해 첫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오는 2028년까지 LNG운항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다시 시도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한앤코의 SK해운 LNG운항 부문 매각에 대해서 아직은 낙관적이다. 다만 해운업에서 호황과 불황 기간은 수년 단위로 긴 만큼 지금의 호황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PEF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NG운항 사업의 경우 SK해운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포트폴리오에 속한다"라며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다면 충분히 국내외 기업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수조원의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매수자가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라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화석연료 수요 증가가 한동안 이어져 시장이 나쁘지 않겠지만, 기간 내 적합만 매수자가 나타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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