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통합 과제 두고 친명, '중도보수 대연정'
연일 우클릭하는 이재명…여야 모두 비판
비명계에 화합 손짓…연속으로 만남 예정
2025-02-21 18:12:44 2025-02-21 18:12:44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던진 '정책 우클릭'이 중도보수 세력까지 포함한 '대연합정부'(대연정)로 확전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이 대표의 행보에 여당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재명 일극체제' 강화로 갈등 중심에 선 민주당이 내부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대연정을 시도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연정 띄웠지만 당내 갈등 여전
 
이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세상이란 흑백만 있지 않다"며 "보수 아니면 진보만 있느냐. 보수적 중도도 있고 진보적 중도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국가 미래를 설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표 본인의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한발 더 나아가 중도보수 세력까지 함께하는 대연정을 주장했습니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정 안정을 도모하려면 폭넓게 스탠스를 잡아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대연정을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보수 또는 중도보수까지 같이해야만 국민을 통합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 의원이 주장한 대연정은 윤석열씨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에 더해 중도보수라는 화두를 던짐으로써 국민의힘 내부의 합리적 보수 인사까지 한데 모아 대선을 치르겠다는 이른바 '빅텐트' 대선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이 대표의 우클릭에 관해 여야 모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민의힘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말한 중도보수는 사실상 '두 길 보기 정치 사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의 실용주의 역시 '양다리 걸치는 기회주의'"로 규정했습니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우클릭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두관 전 의원도 "흑묘백묘 실용에는 동의하지만,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민주당이 걸어온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직격했습니다. 
 
민주당의 정체성 논쟁을 두고 당 내부에선 또다시 계파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재명 일극체제' 문제로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이 대표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비명계 포용 위한 승부수 필요"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와 중도보수 발언으로 당내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명계의 도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립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계 등이 배제되면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비명횡사'라고 불릴 만큼 비명계 세력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친명계 지도부 인사를 대거 단수 공천했습니다. 반면 친문계와 비명계 현역 의원은 경선을 통한 방식으로 결정해 당내 '사천' 논란이 격화됐습니다. 비명횡사의 대표적 인물은 박용진 전 의원입니다. 박 전 의원은 현역 의원 의정 활동 평가에서 하위 10%를 통보받아 30% 감점을 받았습니다. 3차례나 경선을 치렀지만 끝내 공천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대표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과거 당내 '친명계 대 비명계'의 갈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근 잇따라 비명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박 전 의원을 만나 먼저 만남에 응해줘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했습니다. 그는 "힘든 상황인데도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모진 기억과 관련해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게 된 걸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불안을 떨쳐내고 내란추종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의 역할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같이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들과의 회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달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회동이 예정됐고, 27일에는 임종석 전 실장과 만날 예정입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도 28일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내 통합 과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데요. 중도보수 세력까지 포용하는 대연정을 시도하기에 앞서 비명계 인사들과의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을 포용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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