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국이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대한 자국 내 과잉 생산 문제 해소를 위해 감산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미국도 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실제로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업계에는 가격 경쟁 완화 등 긍정적인 반사효과가 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OCI 공장. (사진=OCI)
최근 중국 정부와 중국의 주요 태양광 기업들이 폴리실리콘 감산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지난 7월 주요 태양광 기업들과 회의를 열고 자발적 감산과 구조조정을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리러청 공업정보화부 장관은 “저가를 앞세운 무질서한 경쟁을 단호히 단속하고, 노후 설비의 질서 있는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은 약 7조원(50억위안)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펀드는 업계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00만톤(t) 규모의 저품질 설비를 인수·폐쇄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펀드는 이르면 3분기 말 출범할 예정이며, 4분기부터 본격적인 설비 매입과 폐쇄 절차 등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조치가 실행되면, 현재 약 325만t 수준인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약 200만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트리나 솔라, 진코 솔라, JA솔라 등 중국 주요 태양광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총 8만7000여명의 직원을 감축했습니다. 이는 중국 내 태양광 업계 인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감산 지시 이전부터 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과잉 공급 해소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에 정부 주도의 감산 기조가 더해지며, 중국 태양광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국가안보 조사 역시 태양광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달 4일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폴리실리콘 및 그 파생물의 수입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BIS는 ‘비미국산 폴리실리콘’을 조사 대상이라고 했지만, 정부 주도의 과잉 생산, 보조금 지급, 약탈적 무역 행위 등을 문제로 명시한 점에 비춰볼 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이에 따라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감산 기조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폴리실리콘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폴리실리콘 가격은 기준 ㎏당 6.07달러로, 6월 말(4.77달러) 대비 약 27% 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격 반등에 중국의 감산 움직임과 미국의 규제 강화 기조가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폴리실리콘 국내 주요 생산업체인 OCI의 제품 가격은 ㎏당 약 20달러 수준으로, 향후 가격 격차가 일부 완화될 경우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과잉 공급이 줄고, 미국이 사실상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프리미엄은 더 강화될 것”이라며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을 사용해 태양광 셀을 만들고 발전소를 건설하는 OCI홀딩스 같은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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