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지난해 12·3 내란 사태의 여파를 적극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씨의 핵심 측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정부 장관은 윤씨 방탄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특히 이들은 내란 방탄을 위해 진술을 뒤집는가 하면, 핵심 증인의 증언을 오염시키는 발언을 통해 재판에 혼선을 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씨는 여전히 야당 탓으로 돌리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끌어내라" 지시 의혹에…"의원 아닌 요원" 말바꾸기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양측에서 엇갈린 진술이 나올 때마다 이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변론기일에 출석한 증인 중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 김현태 단장과 함께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이 윤씨를 적극 방언하는 발언을 이어가거나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진술이 뒤집힌 경우도 있었고, 핵심 증인과의 진술이 엇갈리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특히 김용현 전 장관과 이상민 전 장관, 여인형 전 사령관 등 이른바 '충암파'가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씨 방탄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들은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참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들에 "그렇지 않다"고 모두 부인하며 윤씨를 두둔했습니다.
4차 변론에 출석한 김용현 전 장관의 경우, "'의원'이 아니라 '요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계엄군의 국회 해산 시도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는 다수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군 수뇌부가 윤씨로부터 국회 본회의장의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적시한 것과 배치되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김현태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도 기존 진술을 바꿔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김 전 장관은 국회에 투입된 군 병력에 대해선 "봉쇄나 침투가 아닌 질서 유지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해서도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들의 동정을 잘 살피라는 것이었다"며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그동안 증인 신문 과정에서 윤씨와 증인 사이에 입장이 가장 크게 갈린 쟁점은 국회 해산 지시와 체포조 운영이었습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6차 변론에 출석해 계엄 당일 윤씨와의 두 번째 통화에서 "국회 의결정족수 안 채워졌으니, 빨리 문 부수고 들어가, 인원 다 끄집어내라"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의결정족수라는 말을 미뤄볼 때 '인원'은 '국회의원'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윤씨는 자신이 '인원'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며 반박했으나 이후에도 '인원'을 종종 언급해 사실과 다르다는 게 금방 드러났습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역시 체포조 운영과 관련해 윤씨와 논쟁을 벌였습니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에서 윤씨의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재차 인정했습니다. 이에 윤씨는 "'싹 다 잡아들여라’'는 간첩 얘기한 것이었다"며 "계엄 당일 아무도 체포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홍 전 차장은 이날 자신의 동선이 담긴 CCTV 영상을 국민의힘이 공개하자, "검찰 진술에서는 관저 앞 본관 공터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고증해보니 체포자 명단 불러주겠다고 한 것은 22시58분 상황이었고 그 이후에 명단을 받아 적은 것은 23시06분 사무실에서"라며 기존 진술을 바꿨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단전·단수' 지시 논란도…"지시받은 적 없다" 부인
탄핵심판의 또다른 쟁점이었던 윤씨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이상민 전 장관이 적극 방어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경향신문, 한겨레, MBC, JTBC 등의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문건을 윤씨에게 받아서 관련 내용을 소방청장에게 하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7차 변론에 출석한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의혹에 대해 "전혀 지시받은 적 없다"고 답변하며 공소장의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쪽지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쪽지 몇 개를 봤는데, 그 중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허석곤 소방청장도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 당시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단수·단전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전과 다소 다른 입장을 취했습니다. 앞서 허 청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행안위 현안 질의에선 "어떤 특정 몇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외에 곽종근 전 사령관의 경우, 윤씨가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을 두고 '사람'에서 '인원'으로 바꿔 논란이 됐습니다. 여기에 곽 전 사령관이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가 "끄집어내라", "끌어내라"고 표현이 바뀐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용어를 다 순화해서 썼다"는 게 곽 전 사령관의 설명입니다.
이와 중에 윤씨는 자신의 책임을 김용현 전 장관 선에서 차단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윤씨는 3차 변론에서 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을 쪽지를 통해 지시했다는 의혹에 "준 적도 없다"며 내용 자체를 몰랐다고 부인했습니다. 이어 곧바로 김 전 장관이 자신이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쪽지는 윤씨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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