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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20일 15:2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근업계가 철근 가격 하락에 따라 수익성이 낮아진 가운데 지난 1월 통상임금 판결 영향까지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통상임금에 조건부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수당과 퇴직금 등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급여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에 향후 수당 및 퇴직금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철근업계는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수익성 확대를 통해 부담을 완화해야 하나 마땅한 신사업이 없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 수요 감소에 따른 철근 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라 통상임금의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대한제강)
통상임금 판결에 고정비 증가 불가피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변경에 따라 임금 증가가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은 통상임금의 산정의 조건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에서 고정성을 부인한 것이다.
이에 통상임금은 소정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산입되게 된다. 또한 일반 상고 사건이 개별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과 달리 전원합의체 판결은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철근업계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퇴직금 및 수당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재직 중 또는 소정의 근무일수를 조건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상여금 등 지난해 12월19일 이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명절귀향비, 휴가비 등 특정 시점에 재직시에만 지급되는 금품도 고정성 요건 폐지로 인해 일률적이고 정기적으로 지급되기만 하면 통상임금에 산입된다.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통상임금을 기반으로 산정되는 퇴직금, 근무수당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난해 4분기 상여충당부채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여금 지급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철근업계는 매년 상여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통상임금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퇴직금은 근로를 계속하면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을 줄인다고 줄어드는 성질의 비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퇴직금 부담이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올해부터 철근 업계의 퇴직금 부담 증가 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계 전반이 직접 퇴직금 충당부채를 쌓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사외에 적립하는 퇴직금 부담 규모를 알려면 현금흐름표 내 퇴직급여 조정항목을 살피면 된다.
국내 주요 철근 업체들의 퇴직금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KISCO홀딩스(001940)의 지난해 3분기 퇴직급여 적립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68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시기(57억원)에 비해 10억원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그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급락에…고정비 부담 증가
퇴직금, 수당 등 임금은 고정비적 성격의 비용으로 한번 늘어나면 줄어들기 어렵다. 이에 보다 많은 철근을 판매해 수익성을 높여야 고정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건설 수요 감소로 인해 철근 업계가 수요 부진을 겪고 있어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잠정 집계된 실적을 살펴보면 주요 철근 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KISCO홀딩스는 지난해 누적 매출 1조132억원, 영업손실 36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와 비교했을 때 매출(1조5419억원)은 34% 감소했고, 영업이익(1493억원)은 적자로 급전환했다.
대한제강(084010)은 지난해 매출 1조2237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기록해 직전연도보다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88.7% 줄었다.
아울러 매년 철근업체의 총비용(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의 합)에서 급여 등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다. 아울러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수당 지급액도 증가하기 때문에 급여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수당은 급여에 녹여서 지급되기 때문에 급여 증가액을 통해 수당 증가폭을 가늠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철근 업체들의 총비용 대비 급여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KISCO홀딩스의 2023년 총비용 대비 급여 비중은 6.9%로 직전연도(2022년) 6.1%보다 늘었고,
한국특강(007280)은 같은 시기 4.1%에서 5.9%로 1.8%포인트 상승했으며 대한제강은 4.9%에서 6%로 총비용 대비 급여 비중이 늘었다.
문제는 주요 철근 업체들은 신사업이 초기 단계이거나 철근 제조 단일 사업만 하는 탓에 철근 업황의 악화에 따른 수익 감소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 이에 추가 수익 창출을 통한 고정비 부담 완화보다 생산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에 의존해 비용 부담을 완화 등으로 비용 절감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부 철강 업체들은 이미 수백억원의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통상임금이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라며 “통상임금 판결 변화가 업계의 수익성과 직결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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