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화물 호황에 항공업계 ‘고공비행’…제주항공만 '울상'
아시아나 작년 매출 7조592억원…사상 최대
국제선 여객 수요 증가·화물 수요 강세 영향
2025-02-10 17:03:41 2025-02-11 14:53:58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내 상장 주요 항공사 4곳이 여객 수요 증가와 중국발 화물 운송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올해는 잇따른 여객기 사고로 인한 해외여행 심리 위축과 고환율·유가 변동성 확대, 국내외 정세 불안 등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매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참사 직후 여객수가 크게 줄면서 올해 실적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항 계류장 내 대한항공 모습.(사진=뉴시스)
 
10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2024년 매출액 7조592억원, 영업이익 62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1% 오른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입니다. 사업부문 별로 보면, 여객 사업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난 4조646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화물 사업부문 매출 역시 항공화물 수요에 힘입어 전년 대비 7% 증가한 1조7195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국제선 좌석 공급 확대 △항공 화물 수요 강세 등의 결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승객은 1199만4269명으로 전년(901만4981명) 대비 3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제선 화물 운송량은 78만2543톤으로 전년(72만4627톤) 대비 8% 상승했습니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은 정비 투자 확대와 기령이 오래된 항공기 반납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전년 대비 84.5% 감소한 6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연말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손실 4282억원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 478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앞서 실적 발표한 대한항공(003490)도 작년 연매출 16조1166억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조9446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6%, 영업이익은 22.5% 증가한 수치입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작년에 호실적을 거뒀습니다. 진에어(272450)와 에어부산(298690)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이 1조46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습니다. 이는 2008년 창립 이래 최대 실적입니다. 연간 영업이익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한 16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에어부산도 작년 연매출액 1조68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에어부산이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1%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146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주요 항공사 2024년 연간 실적.(그래픽=뉴스토마토)

 
반면, 전반적인 업계 호황 속에서 제주항공의 여객 수는 줄었습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달 국제·국내선 여객 수는 전년(154만명) 대비 33.3% 감소한 116만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그로 인한 운항 축소 여파로 보입니다. 국제·국내선 편수도 전년(9306편) 대비 13.6% 줄어든 8194편을 운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티웨이, 이스타항공 등 주요 LCC 5사는 전년(2만3712편) 대비 올해 운항 편수(2만4963편)를 5% 늘렸는데요. 여객 수는 전년(422만명) 대비 올해(433만명) 2.5%가 증가했습니다. 운항 편수 증가 대비 여객 수가 미미하게 상승한 겁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 2사의 운항 편수는 올해 2만6017편으로 전년(2만4981편) 대비 4% 상승했습니다. 여객수도 456만명으로 전년(417만명) 대비 8.6% 증가했습니다. 편수 대비 여객 수 증가율이 LCC 수치보다 높습니다.
 
또, 대형항공사가 동기간 전체 여객수(1023만명)에서 44.6%(456만명), 전체 운항편(6만439편)에서 43%(2만6017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년 사이 각각 3.4%포인트, 0.9%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잇단 LCC 항공 사고로 대형항공사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사고가 있고 난 다음에는 아무래도 승객들이 이용을 꺼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 여파가 항공산업 전체에 미친다기보다는 LCC에게 더 많이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항공업계 희비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가운데, 대한항공은 호주 항공 안전 및 제품 평가 기관 ‘에어라인레이팅스’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항공사’상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지난해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겁니다. 올해의 항공사 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더불어 대한항공은 같은 기관에서 진행하는 ‘세계 최고의 이코노미 클래스 항공사’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 톱 25’부문에서 모두 8위에 선정됐습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항공사는 항공정비(MRO)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안전에 예민한 소비자들에게 더 선호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합병 시너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 연구원은 “중복 노선 간소화, 연결편 강화, 정비비용 감소, 리스비·유류비 등에 대한 협상력 상승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시너지가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적 발표를 마친 5개 항공사들은 호실적 요인으로 여객 수요 증가와 중국 화물 운송 등을 꼽았습니다. 다만, 올해는 고환율·유가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불확실성 경영 환경이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항공사들은 주요 매출 노선을 집중 관찰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고환율·유가 변동성 확대, 국내외 정세 불안 등 경영 환경 불확실성 지속이 예상된다”며 “주요 시장에 대한 여행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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