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에어부산 화재 사고 원인으로 보조배터리 발화가 지목된 가운데, 국내 주요 항공사 9곳 중에서
대한항공(003490)과
진에어(272450)만이 리튬배터리 화재 방지 전용 장비인 ‘방화백(containment bag)’을 기내에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개 항공사 중 절반은 구입 및 검토에 나섰고, 나머지 절반은 국토부의 리튬배터리 반입 규정 강화 지침을 받아본 뒤에 추가 장비 구입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6일 <뉴스토마토>가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 9곳을 대상으로 리튬배터리 방화백 기내 비치 유무를 조사한 결과, 대한항공과 진에어만 이를 기내에 비치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항공기 1대당 1개의 방화백을 비치하고 있습니다.
방화백은 리튬배터리가 발화나 발열할 경우 사용합니다. 소화기를 사용해 1차 진화를 한 뒤 불씨가 꺼진 것으로 판단되면 배터리를 방화백에 넣고 입구를 닫습니다. 배터리를 넣기 전 방화백 안에 최소 2리터의 물을 부어야 합니다. 백 안의 물이 냉각 기능을 극대화하는 물질들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과열된 제품의 온도를 급속도로 낮추는 원리입니다.
여기에 군용 등급 소재로 만들어진 방화백은 열폭주로 인한 폭발의 충격을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또 제품이 백 안에 밀봉돼 파편이나 연기가 객실 내부로 퍼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방화백은 여러 개의 리튬 보조배터리를 한꺼번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열이 나는 기기가 여러 개일 경우 냉각 효과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배터리가 발화할 때 사용하므로 평상시에 배터리를 보관할 목적으로 방화백을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진에어 관계자는 “방화백은 보관 용도가 아닌 화재 방지 용도여서 승객이 원한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용된 방화백은 기내 주방 공간인 갤리 한편에 보관됩니다. 비행 중일 경우 승무원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3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터리에 불이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방화백을 승객 인원에 맞춰 구비하는 것은 과잉 조치가 될 수도 있다”면서 “다만, 대형기의 경우 3개 이상 비치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물론 방화백이 없다고 리튬배터리 화재 대응에 속수무책인 건 아닙니다. 방화백이 없는 항공사들은 과열된 제품 발견 시 소화기로 우선 진압합니다. 이후 객실 주방 공간(갤리)에 비치된 철제 박스를 비우고 여기에 물을 붓고 배터리를 넣습니다. 하지만 방화백과 달리 폭발 등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내 안전을 위해 방화백 비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공 교수는 “리튬배터리의 경우 불을 완전히 못 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폭발·연기 등을 차단하는) 파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한편, 국토부는 리튬배터리 기내 반입 규정을 강화한 지침을 오는 4월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미국 항공사인 델타항공도 방화백을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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