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유영진 기자]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내 금융 계열사들이 연봉의 50%에 육박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반면 2014년 삼성카드에서 분사된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등 자회사 노동자들은 같은 업무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은 모회사인 삼성카드의 김이태 신임 사장에게 시정 요구 메일을 보내고 삼성카드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차별 중단'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삼성카드 본사 앞 집회 현장에서 만난 최재영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위원장은 '모회사-자회사 간 초과이익성과급(OPI) 격차'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삼성카드에서 분사될 때만 하더라도 삼성카드와 삼성카드고객서비스 OPI 지급률 차이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 격차가 5배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삼성그룹노조연대에 따르면 2014년엔 모회사와 자회사 모두 OPI가 연봉의 8.5%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8.5%로 굳혀진 자회사와 달리 모회사인 삼성카드 OPI은 2017년 20%를 넘기고, 2019년 30%를 넘기더니 2021년부터는 50% 가까이 확대됐습니다.
최재영 위원장은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모회사인 삼성카드에 있던 고객 응대 부서(CRM), 고객 입회 부서, 카드 발급부서 등 3곳 부서가 떨어져 나오면서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5315억원을 기록하면서 업계 1위인 신한카드(5527억원)와 격차를 좁히는 등 삼성카드가 호실적을 거두는 동안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동자들 또한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하면서 모회사 실적 향상에 기여했으나, 설립 이후 10년 넘게 기본급의 200%로 OPI가 묶여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다만 그는 "임기 5년 내내 단 한 번도 자회사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은 김대환 전 사장과 달리 새로 부임한 김이태 사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분사 당시 사측에서 모회사-자회사 OPI 지급 비율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재협상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OPI를 둘러싼 문제는 삼성생명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와 삼성화재 자회사인 삼성화재서비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에서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모회사와 OPI 격차가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곳들입니다.
특히 OPI가 기본급의 200%로 제한된 자회사 규정이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모회사들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성과급 유의' 권고까지 무시하고 직원들에게 역대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삼성 금융 계열사 자회사의 OPI 비율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건 삼성생명 내 '금융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금융경쟁력 제고 TF는 2017년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해체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폐지된 뒤 신설돼 삼성 금융 계열사 구심점 역할을 하는 조직입니다. 전신은 2004년 만들어진 '금융 일류화 추진팀'으로 기존엔 미래전략실 소속 팀이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실질적 주인은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삼성카드의 최대주주 삼성생명"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별 독립 경영을 강조하긴 하나,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지배하도록 촘촘히 짜인 삼성그룹 구조 속 삼성 금융 계열사 자회사 OPI 차등 문제를 모회사에게만 지적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삼성그룹 내 12개 노조로 구성된 연합체인 '삼성연대' 오상훈 의장은 "애초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분사 목적이 비용 절감과 인원 감축이 아닌 전문화된 콜센터로서의 지위 향상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OPI 지급률 차별을 중단하고, 자회사 노동자들에게도 모회사에 응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삼성카드 측은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별도의 회사로 삼성카드와는 업무 위수탁 관계"라며 "삼성카드는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직원 보상을 포함한 근로조건 결정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임지윤·유영진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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