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씨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입니다. 윤씨는 대선 출마선언과 대통령 취임 선서 등을 통해 역대 대통령 중 법치주의를 가장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윤씨는 체포 직전까지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했습니다. 오히려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윤씨의 탄핵부터 수사·체포까지는 스스로 법치주의를 무시한 ‘자승자박’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이라도 죄를 지으면 체포된다는 점을 통해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씨는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지 4개월 만인 6월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는 윤씨. (사진=뉴시스)
윤씨는 15일 10시33분 체포되기 직전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영상을 통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했다.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법원에서 두 차례나 발부된 체포영장을 불법·무효라고 주장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부정하던 윤씨 법률대리인단의 주장이 곧 윤씨의 생각임이 드러난 겁니다. 윤씨는 마지막까지 법 절차를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윤씨는 윤석열 2021년 6월 대선에 출마할 때는 '법치' 무려 8번이나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는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소감과 취임 선서에서도 "헌법을 준수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그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후 수사기관의 수사를 회피하며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행보는 법치와 정반대였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윤씨가 사실상 관저 밖으로 끌려 나온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법을 엿가락처럼 이용하던 윤씨가 이번엔 법을 깡그리 무시했다”며 “계엄사태부터 이날 체포까지 법 질서를 전혀 따르지 않으면서 어떻게 법치주의를 말할 수 있는지, 모두 자승자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씨는 끝까지 자기 주장이 옳다고 강변했는데, 그렇게 떳떳하다면 공수처에 출석했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잡범 수준으로 격하시킨 것은 본인이다. 윤씨가 수갑 찬 모습을 보지 못 해 애석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씨가 내란수괴라는 걸 전 국민이 생생히 봤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경호처를 방패 삼아 법 집행을 고의로 막았다. 엄중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윤씨는 체포영장에 불응함으로써 전 국민 앞에서 법치주의를 모욕한 것”이라며 “한 해 체포영장이 2만5000건 발행되는데, 이제 모두가 체포영장 불법·무효를 주장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회장은 “윤씨는 자신이 법 앞에서 특별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체포했던 장본인이 막상 (수사기관의) 칼 끝에 놓이게 되니 입장을 바꾸는 게 참 모순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치주의 붕괴 주범인 현직 대통령을 체포함으로써 법치주의가 승리했다고 법조인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역처럼 여겨졌던 대통령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게 입증됐다”며 “윤씨가 내란행위로 파괴한 민주주의를 법치주의로 회복하는 첫 단추를 뀄다. 법치주의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윤씨가 검찰총장 출신이란 점이 역사의 아이러니”라며 “검찰총장이 이렇게 법을 우습게 알았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신속 심리를 통해 윤씨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서보학 교수는 “이 혼란을 빨리 수습하는 길은 헌재가 신속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해 윤씨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것”이라며 “파면되면 윤씨를 비호하는 정치세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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