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먹거리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수년째 외식 물가는 오르고 있고, 채소 등 신선식품 상승세에 집밥을 해 먹기도 겁이 날 지경입니다. 연초부터 전방위적인 먹거리 가격 상승세에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 119.47에서 꾸준히 상승해 12월 122.45를 기록했습니다. 8월 121.30에서 9월 121.26으로 잠시 내림세를 보였으나, 이내 10월 121.86으로 반등하며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3.1% 올랐습니다. 이전 상승률이 2022년 7.7%, 2023년 6.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둔화했지만, 지난해에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을 넘어서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떡볶이 5.8%, 햄버거 5.4%, 김밥 5.3%, 비빔밥 4.9%, 칼국수와 치킨 각 4.8%, 냉면 4.2%, 쌀국수 4.1%, 김치찌개 백반 4% 등 주요 외식 메뉴들이 4~5%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과 삼각김밥 또한 각 4.9%, 3.7% 올랐고, '런치플레이션(점심값 급등)'의 피난처로 여겨지는 구내식당의 식사비도 4.2% 뛰었습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장기화로 수년째 먹거리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는데요. 채소·과일류 등 신선식품을 비롯해 연초부터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며 식탁 물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음식 재료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외식 물가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리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고환율 지속 시 식탁 물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는데요. 관세 인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임박과 12.3 비상계엄 사태가 몰고 온 정국 불안은 고환율 고착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이 크게 오르는 점이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될 것"이라며 "먹거리의 경우 상당 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환율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식당가에서 외식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설 물가 비상이지만…"근본적 대책은 부재"
대내외 변수를 비롯해 이상 기후 여파로 설 연휴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신선식품 가격 오름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설이 다가올수록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9% 올랐는데, 채소 물가 상승률은 10.7%로 5배 넘는 격차를 보였습니다. 무(98.4%), 당근( 65.5%), 양배추(28.9%), 배추(26.4%)의 상승률이 두드러졌습니다. 제철 과일인 귤(32.4%), 배(22.8%), 딸기(8.8%) 또한 오름폭이 컸습니다.
이에 정부는 성수품 출하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을 늘리는 등 설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 무 등 공급부족에 대비해 정부 가용물량을 시장에 풀고, 비싼 배 대신 포도, 단감 등으로 구성된 대체과일세트 10만개를 최대 20% 할인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선식품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정부의 지원책이 미치지 않는 곳들도 많아 실질적인 체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시각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제공하는 상품과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체 과일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정부가 공급하는 비축 물량은 최상급의 성수용품을 찾는 소비자 눈에 차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급을 늘려도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수급 안정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설맞이 과일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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