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튿날인 8일에도 윤씨 탄핵·체포에 반대하는 아스팔트 보수들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모여들어 탄핵 무효를 외쳤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언제든 영장을 집행하러 관저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선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이날 윤씨 탄핵·체포에 찬성하는 시민들 전날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아스팔트 보수들은 반대 편에 선 사람들에게 고성과 욕설을 퍼부어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윤씨가 수사기관의 출석 요청과 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국민들만 갈등이 격화, 사실상 내전에 빠졌다는 분석입니다.
윤석열씨 지지자들이 8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일신아트홀 근처에서 윤씨 탄핵·체포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보수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 윤씨를 지지하는 아스팔트 보수들은 8일 한남대로 도이치모터스 전시장 앞, 한남초등학교 앞, 일신아트홀 앞 등에서 윤씨 탄핵·체포 반대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오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오후가 되자 총 1000여명 정도의 인파가 모였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은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부정선거 OUT 입법독재',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등이 적힌 피켓도 들고 있었습니다. 나이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고 남성이 다수였습니다. 대부분은 노인이었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도 눈에 띄었습니다. '순국결사대'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이들은 집회 스태프를 자처했습니다.
이들에게 다가서자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만은 막아야 한다, 춥지만 버티자"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날 서울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습니다. 집회 참여자 대부분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은박 담요를 뒤집어쓰고 누워있었습니다. 몸을 녹이기 위해 줄을 서서 핫팩을 받고 컵라면을 먹기도 했습니다. 스태프는 "애국 보수 유튜버들이 후원해 준 물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씨 지지자들이 8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집회 트럭 연단에 오른 이들은 발언의 대부분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비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욕설, 부정선거 음모론과 반공주의로 채웠습니다.
길가에서 "탄핵·체포 찬성"과 "윤석열 구속"을 외치는 한 시민이 등장하자 다수의 윤씨 지지자가 그를 둘러싼 채 경광봉으로 위협하는 위태로운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윤씨 지지자들은 경찰이 제지하러 올 때까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해당 시민에게 "빨갱이", "종북좌파", "공산주의자" 등의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유튜버가 등장하자 그를 비난하는 고성도 사방에서 터졌습니다. 경찰들은 충돌을 막기 위해 해당 유튜버를 둘러쌌습니다. 진보 성향의 유튜버들은 경찰 인력뿐 아니라 차단벽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충돌을 방지하고자 조치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 무리의 윤씨 지지자들은 관저 입구 쪽 길목으로 향하다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라"며 몇십분 동안 강하게 항의한 끝에 막힌 길을 뚫었습니다. 관저 입구에 다다르자 "윤석열 대통령 만세"를 외치며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한 20대 여성이 8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일신아트홀 인근 윤씨 탄핵·체포 반대 집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왔다는 최모(37)씨는 <뉴스토마토>와 만나 "민주당이 장갑차·드론·특공대·헬기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들은 오사마 빈 라덴에 버금가는 내란 세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공수처가 들어오기 전에 오동운 공수처장을 체포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한 노인은 12·3 비상계엄이 명예혁명이자 헌법수호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삼권분립이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 국민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이재명을 위한 나라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감히 누가 체포한다는 건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대통령을 지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8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일신아트홀 인근에서 열린 윤씨 탄핵·체포 반대 집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한남대로에서 윤씨 탄핵·체포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많지 않았습니다. 앞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8일에 한남동에서 예정된 집회가 없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