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5)인간성 흉내내는 AI…한국 게임 '도약의 해'
캐릭터가 사람의 판단과 행위 모방
크래프톤·위메이드, 엔비디아 협업
측은지심 보여주는 '인조이' 캐릭터
공략집 안 통하는 '미르5' 보스
2025-01-08 15:07:45 2025-01-08 15:30:5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사람과 게임 캐릭터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가 '행위'입니다. 캐릭터는 개발자가 정한 대로 움직이는 '행동'을 하지만, 사람처럼 의지로 움직이는 '행위'는 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2025년은 게임 속 등장인물이 사람의 행위를 실감 나게 모방하는 원년이 될 전망입니다. 불쌍한 사람을 스스로 돕는 이웃이나, 정해진 방법으로는 쓰러뜨리지 못할 적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엔비디아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259960)위메이드(112040)와 함께 준비해 온 인공지능(AI)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스마트 조이' 기능이 켜진 조이가 배고픈 사람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빵을 구해 건네주고 있다. (이미지=엔비디아 유튜브)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조이'
 
그간 게임사들은 게임 속 조연이나 단역을 NPC(조작 불가 캐릭터)로 만들어왔습니다. 입력된 대사를 모두 출력하고 나면, 이후 말을 걸 때 마지막 대사를 반복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크래프톤은 신작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inZOI)'에 CPC(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를 도입해, 생동감 있는 게임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조이는 게이머가 고양이 신이 운영하는 'AR 컴퍼니'의 직원이 돼, 조이(Zoi)들의 인생을 관리하는 게임입니다. 조이들의 행동이 사람과 비슷할수록 재밌어지는 구조입니다.
 
이 게임에 들어갈 CPC는 엔비디아의 AI 가상 캐릭터 개발 기술인 '에이스(ACE·아바타 클라우드 엔진)'로 만들어지는데요. 기존 NPC에 자연어로 말할 수 있는 지능을 주는 맞춤형 서비스입니다. ACE 기술로 만든 CPC는 게이머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CPC 기술이 적용된 조이는 '스마트 조이'라고 부릅니다. 나이·성격·상황에 따라 인간적인 행위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사려 깊은 성격을 가진 스마트 조이는 길을 걷다 배고픈 사람을 발견하면 근처 제과점에서 빵을 사 줍니다. 길 잃은 사람을 보면 목적지를 찾을 수 있게 돕습니다. 거리에서 노래하는 사람을 응원하며 더 많은 관객이 모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엔비디아 ACE는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고 행동하고, 이를 기억해 다음 행동을 정하는 과정을 모방한다. (이미지=엔비디아 웹사이트)
 
이는 맹자가 주장한 사람의 네 가지 본성 중 측은지심(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사양지심(양보하는 마음)을 흉내 낸 모습입니다. 물론 CPC가 보여준 측은지심은 올바른 길을 가려는 사람의 노력과 거리가 먼 '기능'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CPC는 사람의 본성을 흉내 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게임 속 인생의 재미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3월28일 PC 플랫폼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되는 인조이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특히 '지스타 2024' 때 잠겨있던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끄는데요. 당시 AR 컴퍼니 구성원끼리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확인했지만, 아쉽게도 시연판에선 잠겨있었습니다. 이 기능이 인조이 간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작성·답장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관심을 끕니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관계자는 "얼리 액세스 출시할 때, CPC 기술을 실험 기능으로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관련 기술이 AR 컴퍼니에도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현재 CPC 기술은 인조이 내 캐릭터인 '조이'의 행동과 관련된 부분에 활용되며, 보다 확장된 적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PUBG) IP(지식재산권) 프랜차이즈와 인조이 등 다양한 게임에 CPC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위메이드넥스트가 개발중인 MMORPG '미르5'의 AI 보스 '아스테리온'. (이미지=위메이드)
 
게이머를 공략하는 보스
 
AI 기술은 MMORPG에도 새로운 경험을 줄 전망입니다.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넥스트는 현재 개발 중인 '미르5'의 AI 보스 '아스테리온'을 공개했습니다.
 
아스테리온에도 엔비디아의 ACE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이 보스는 기계 학습으로 게이머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며, 전투를 거듭할수록 더 정교하게 공격합니다. 위메이드넥스트는 게이머들이 매번 새로운 전략으로 아스테리온을 공략하며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레이드(단체 사냥) 난도가 높은 특정 몬스터에만 이 기술이 활용될지, 아니면 게임 속 모든 보스 몬스터가 아스테리온처럼 만들어질지 궁금해지는데요.
 
위메이드 관계자는 "추후 다른 보스 몬스터들에도 AI를 적용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스 몬스터에만 이런 AI가 활용되면 게임이 심심해지겠죠. 이 관계자는 "NPC와 환경 변화 등 다양한 게임 요소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앞으로도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위메이드플레이는 문자 입력 등으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AI 개발도구 '위메이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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