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석열씨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야당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요청을 끝내 묵살했습니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최 대행의 직무유기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특히 최 대행이 윤씨에 대한 체포에 미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2차 내란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최 대행은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한 마지막 날인 6일 야당과 공수처의 협조 요청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 대행은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넘겨받았기 때문에 경호처는 최 대행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최 대행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내란 세력'에 힘 실어준 최상목
그나마 나온 공개 발언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최 대행은 지난 3일 "관계 기관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적절히 협의해 처리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전날엔 "공무수행 중인 공무원이 다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공수처든 경호처든 물리적 충돌을 자제하라는 뜻인데 결국 두 기관이 알아서 잘 협의해서 해결하라는 쪽에 방점을 뒀습니다.
특히 지난 3일 최 대행이 경호처의 요청에 따라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경찰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투입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때 최 대행이 '관저에 경찰을 추가로 배치하는 게 가능한지 경호처와 협의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 대행은 최 대행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청이 최 대행의 의사 전달이 '지시'는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최 대행이 경호처의 요청을 경찰에 전달했다면 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지원한 것이 됩니다.
최 대행이 사실상 윤씨의 손을 들어주는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와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내란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상목 고발' 카드 꺼낸 민주
야권에선 공수처가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최 대행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비협조로 최 대행을 형사고발할 방침까지 세워뒀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체포 집행을 대통령 경호처가 무력을 동원해 저항하는데, 이걸 제지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 직무대행이 오히려 지지·지원하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며 "대통령 직무대행의 제2 내란 행위에 대해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 대행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전했습니다.
이 대표와 4선 이상 중진의원들 간담회에서도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최 대행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며 현 정국이 2차 내란 상황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는데요. 다만 최 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를 두고선 중진들 간에 의견이 갈리면서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 차원의 결정은 보류됐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악 땐 '탄핵 추진' 가능성
다만 민주당이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최 대행의 행보를 보고 최악의 상황 땐 탄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최 대행이 1차 때 이어 2차 때에도 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탄핵 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경찰은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경호처 직원들이 이를 방해할 경우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물리적 출동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최 대행에게 압박만 가하고 실제 탄핵까진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윤씨가 체포를 거부함으로써 향후 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이런 정도 사안이면 (윤씨를) 체포까지 해서 구속 기소하는 게 맞긴 한데 불구속 기소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며 "그래서 제가 보기에 (민주당이 최 대행에게) 압박은 가하겠지만 탄핵까지 추진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최 대행 입장에선 경제 불안정성 확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은 윤씨의 체포를 놓고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 경제에 일부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윤씨의 버티기가 장기화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경제 불안정 요인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최 대행의 소극적 태도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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