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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7일 17:4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DB생명이 중소형 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에 비해 뛰어난 보험이익 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명보험 업계에서 핵심 수익 지표로 꼽히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효율성이 상위권에 자리하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보험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인데, 이러한 기조를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CSM 비중 23.6%로 생명보험 업계서 최고 수준
27일 보험·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DB생명은 올 3분기 기준 CSM 비중이 23.6%다. 이는 순보험계약부채에서 CSM이 차지하는 정도를 뜻하는데, DB생명은 생명보험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보험사는 한 자릿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으로 CSM 잔액이 1조7663억원이며, 순보험계약부채는 대략 7조5000억원이다. CSM은 보험사 새 회계 기준인 IFRS17 체계에서 수익성 핵심 지표다. 보험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약에서 장래 얻을 수 있는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최초에는 부채로 취급하지만 매 분기 일정 부분을 떼어내면서 손익으로 인식한다.
DB생명의 경우 CSM 잔액에서 967억원을 상각 이익으로 계상했다. 이는 보험손익 하위 항목에 속한다. CSM 상각 이익에 보험금·사업비 예실차(예상금액과 실제금액의 차이), 위험조정 변동, 재보험손익 등을 가감하는 방식이다. DB생명은 사업비 예실차가 12억원으로 양수지만, 보험금 예실차가 –217억원으로 음수다. 이를 고려한 보험손익은 744억원이다.
보험손익은 투자손익과 함께 보험사 영업이익을 구성하는 항목이다. DB생명은 투자손익이 621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366억원이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비중은 각각 54.5%, 45.5%로 나온다. 즉 CSM 상각 이익이 보험손익 뼈대이자 경상적인 이익 확보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초 CSM 잔액(1조6549억원)에서 상각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다. 해당 수치가 높으면 보험이익으로 인식하는 효율성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난해 비중인 8.7%보다는 떨어진 상태다. 올해 종신보험 영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상품 수익성이 저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CSM 잔액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는 곧 보험손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파이’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DB생명은 3분기 기준 CSM 잔액이 연초 대비 6.7%(111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그 전년 대비 6.6%(1025억원) 늘었던 바 있다.
(사진=DB생명)
‘보장성’ 비중 85%로 높아…오래된 기조 ‘주효’
보험계약부채에서 CSM 비중이 높고 CSM 잔액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에는 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있다. DB생명은 그동안 보장성보험 비중을 높게 유지해 왔던 곳 중 하나로 꼽힌다. 3분기 기준 수입보험료(1조5381억원)에서 보장성보험 비중은 84.9%로 생명보험 업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장성보험은 저축성보험과 달리 상품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CSM 규모가 크고 효율성도 높다. DB생명이 판매 전략 자체를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고수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법인보험대리점(GA)을 활용해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는데, 대면 채널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다른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에 맞춰 보장성보험을 강화한 것과 달리 DB생명은 10년 전부터 이러한 기조를 갖추고 있었다”라면서 “기간이 오래됐던 만큼 대형 GA와도 관계가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IFRS17 체계 전환 이후 보험 상품에 대한 계리적 가정을 더욱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영향은 신계약 CSM으로 상쇄하고 있다. 3분기 기준 CSM 변동 요인으로 ‘조정’ -1712억원이 있었지만 ‘신계약 효과’가 3319억원으로 더 우수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해당 금액이 각각 –3442억원, 5247억원이었다.
김한울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신제도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계리적 가정이나 제도적 영향이 아직까지 CSM 규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면서 “다만 DB생명은 보유계약 기간과 신계약을 통한 CSM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CSM 규모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D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험영업 채널 측면에서는 전속 설계사부터 GA, 텔레마케팅(TM), 방카슈랑스 등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상품은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가면서도 시의적절한 것들을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종신보험이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건강보험도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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