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습니다. ‘원칙에 따른 법집행의 엄정함’을 입버릇처럼 말하던 전직 검찰총장이 경호처 뒤에 숨어 막장 저항을 벌인 탓입니다. 스스로 법질서를 무너뜨린 겁니다. 법조계는 물론 윤씨의 친정인 검찰에서마저 탄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1월5일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 윤씨 저항에 체포 무산
공수처는 5일(오후 5시 기준) 윤씨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했습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자 그가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습니다. 오전 8시쯤 관저로 들어가 체포를 시도했습니다. 공수처 인력 20여명과 경찰 80여명 등 100여명 정도가 동원됐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관저 200m 앞에서 경호처의 저항에 막혀 영장 집행을 하지 못했고, 관저에 진입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1시30분 결국 집행을 중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씨 측은 공수처의 적법한 법 집행에 반발하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습니다. 체포영장이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버티기에 나선 겁니다. 특히 5일엔 관저에서 영장 집행을 시도한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등 150여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윤씨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3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음에도 경찰 특수단을 지휘해 대통령에 대한 위헌, 위법인 영장 집행에 착수했다"며 "이 과정에서 공수처와 경찰 특수단 150여명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시설인 정문을 부수고 침입했고, 이를 막는 경호처 직원들을 폭행해 일부에게 상해를 입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를 당한 대통령 윤석열씨의 체포 영장 집행 시한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출입구 내부와 외부를 경비 병력 차량들이 막아서며 진입 장벽을 만들고 있다. 출입구 우측에는 전날 설치한 철조망(빨간 원)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마저도 "윤씨가 부끄럽다"
윤씨는 지난해 12월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계엄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2021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땐 “법 적용에는 절대 예외가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해 9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대통령이 되면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질문에 대해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나와서 잘했든, 잘못했든 국민들 앞에 숨지 않고 나서겠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체포영장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태도는 이전 발언들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권력을 놓지 않고 법 위에 군림하며 특권을 누리겠다는 겁니다. 체포영장 거부는 평소 강조했던 ‘법과 원칙’이 결국 말뿐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윤씨의 이런 모습에 친정인 검찰마저도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검찰은 공개적으로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지만, 윤씨의 행동들이 시민들에게 법질서를 파괴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향후 법 집행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가뜩이나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은 마당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훼손하는 행동을 하면서 법에 대한 무시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도 부끄럽다는 반응이 상당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엇보다 범죄자들에게 그저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고 한탄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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