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증기기관 시대로부터의 교훈
2024-10-24 06:00:00 2024-10-24 06:00:00
해변에서 모래를 파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스며든다. 광산에서도 지하 깊은 곳을 파면 지하수가 갱도로 흘러들어 물이 고인다. 18세기 초 영국의 광산들은 이런 문제와 싸우고 있었다. 석탄 수요는 인구 증가와 함께 늘고 있었지만, 수동 펌프와 말의 힘만으로는 깊은 곳의 지하수를 퍼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광업용 도구를 만들어 팔던 철물상 뉴커먼은 1712년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증기기관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의 기계는 증기의 힘을 이용해 피스톤을 움직였고, 이것이 펌프를 작동시켜 광산의 지하수를 효과적으로 퍼 올릴 수 있었다. 탄광은 더 깊어졌고, 이는 석탄 생산량의 비약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철제 장인 다비에 의해 발견된 코크스 제철법은 제철 산업의 빠른 발전을 이끌었다. 코크스는 석탄을 구워 만들어졌는데, 점점 비싼 재료가 되고 있던 나무와 숯을 대체했다. 기술자 와트는 뉴커먼의 증기기관을 개선하여 효율성을 높였고, 이는 철제 기계로 이루어진 공장을 가동시켰다. 철도가 놓였고, 기차와 증기선은 세계를 더욱 가깝게 연결하며 세상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석탄, 철,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기술자와 장인들의 혁신적 기술이 이를 뒷받침했다. 1830년,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연결하는 세계 최초의 도시 간 철도가 완공될 때까지도 과학자들은 이 혁명의 주변부에 있었다.
 
1824년, 프랑스의 젊은 군인 공학자였던 카르노는 증기기관의 효율성을 연구한 <불의 동력에 관한 고찰>이라는 책을 썼다. "자연은 우리 주변 모든 곳에 연료를 제공하여, 언제 어디서나 열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우리에게 주었다. ... 언젠가 이 증기기관이 보편적인 동력원으로 자리 잡아, 동물의 힘, 폭포, 바람을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장 속에서 그의 기대와 흥분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열기관의 최대 효율을 수학적으로 설명했고, 이는 후에 카르노 사이클로 불린다.
 
이른 죽음으로 잊힐 뻔했던 그의 연구는 다행히 톰슨, 줄, 클라우지우스와 같은 과학자의 연구로 계승되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열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빛, 열, 기계적 일, 전기가 서로 변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너지라는 모든 물리학을 아우르는 추상적 개념이 형성되었다. 클라우지우스는 열이 고온에서 저온으로 흐르는 경향을 설명하며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톰슨은 열역학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이 새로운 과학에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은 여러모로 증기기관의 발전과 비유될 만한 장면이 많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석탄으로 구동된 증기기관이 많은 작업을 자동화했듯, 원자력은 GPU를 통해 계산으로 전환되어 수많은 일을 자동화하고 있다. 기술자와 장인들의 손끝에서 혁명이 진전된 것처럼, 인공지능도 다양한 공학적 장애물을 극복해 가고 있다.
 
증기기관은 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촉발했고, 이는 열역학을 탄생시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오랜 도전에도 인간의 뇌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남아있다. 뇌를 열어본다고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수많은 뉴런의 상호작용과 의식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복잡한 의식 현상의 모델로 기능하여, 언젠가 우리가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날이 올까? 이전에 우리가 카르노의 모델로부터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과학에 도달했던 것처럼.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연구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