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문화재는 개발을 막는 걸림돌이지만 덕분에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유적지, 풍납토성 앞에 지은 한강극동아파트가 그렇습니다. 지은 지 30년이 다 된 구축아파트에서 사는 불편함을 참을 수만 있다면 넓게 펼쳐진 풍납토성 공원을 앞마당으로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풍납토성을 앞마당으로 쓰고 있는 한강극동아파트의 전경.(사진=김창경 기자)
아파트단지 울타리에서 바라본 풍납토성. 토성 너머로 멀리 롯데타워와 서울아산병원(우측)이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토성에 안긴 아파트…재건축 불가는 아냐
서울 송파구 풍납동 한강극동아파트는 풍납토성과 맞닿아 있는 단지입니다. 풍납토성이 9개 동 건물, 895세대를 폭 감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아파트 울타리만 넘으면 야트막한 풍납토성이 넓게 펼쳐져 있어 개방감이 뛰어나고 그 너머로는 서울아산병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기에 좋고 겨울엔 토성에서 어린 자녀들 눈썰매도 태워줄 수 있다는 곳입니다. 올림픽대교 남단에 위치해 일부 동에선 한강 조망도 가능하며 8호선 강동구청역에서 800미터쯤 떨어져 있어 역세권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12~15분쯤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뛰어난 환경을 자랑하는 나름 ‘공세권’ 아파트의 국평(전용면적 84㎡) 시세가 11억원대로 서울에서도 저렴한 축에 드는 것도 그 풍납토성 때문입니다. 모든 장점을 덮을 단점이 있어서입니다.
한강극동아파트가 있는 이곳은 땅을 파는 족족 백제시대 유물이 나온다는 곳입니다. 유적지 발굴 때문에 아파트 공사를 허가받는 데 제한을 받습니다.
건축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건물을 높이 지을 수 없습니다. 풍납토성 성벽 끝의 100미터 안쪽에 있는 건축물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양각규제가 적용됩니다. 문화유산 경계 지점에서 올려다본 각(앙각)에 27도로 선을 그어 그 아래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문화유산의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개발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인근의 풍납미성아파트 재건축을 조건부로 승인했습니다. 착공 전에 매장 유산을 조사한다는 조건을 달아 최고 23층 높이로 재건축한다는 겁니다.
땅 밑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알 수 없고 풍납미성의 경우 한강극동보다 토성과 거리가 멀다는 차이점이 있으나 이곳 주민들은 일단 정부가 양각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한 한강극동아파트의 경우엔 이미 1991년에 재건축한 아파트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와 관련한 아무런 말도, 움직임도 없는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기대대로 정비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언제 실현될지 기약이 없는 만큼 지금으로선 좋은 입지에서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하기에 적합한 단지입니다.
단지 안쪽은 복도식 건물에 'ㄷ'자 형태여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모든 동은 필로티 구조로 1층에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지하주차장도 있으나 세 곳에 나뉘어져 있는 작은 규모여서 수용 가능한 차량 수가 많지는 않다. (사진=김창경 기자)
토성·한강 조망 59㎡형 9억대 중후반
한강극동은 1995년 7월에 준공해 내년이면 30년을 맞습니다. 건물은 잘 관리돼 있으나 구축아파트에서 예상할 수 있는 불편은 따릅니다. 특히 전체 동이 복도식이라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주차장은 지하에도 마련돼 있는데 부지 전체가 아니라 작게 세 곳에 떨어진 형태입니다. 공식적인 주차면적은 세대당 0.97대이지만 단지를 둘러싼 토성공원과의 사잇길에도 주차구역이 있어 심각한 주차지옥 신세는 아닙니다.
아파트의 평형은 79㎡(전용 59㎡) 315세대, 106㎡(84㎡) 328세대, 138㎡(114㎡) 252세대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 전망이 가장 좋은 동엔 주로 전용 59㎡형이 토성을 바라보는 전면이 아닌 단지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풍납토성은 한강극동아파트를 서쪽에서 남쪽, 동쪽을 휘감는 형태로 둘러싸고 있습니다. 중개업소에서는 108동, 109동을 남향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히는 105동이 북서향으로 토성을 바라보는 배치이며, 108동과 109동이 남서-남동향, 107동과 103동이 남동향으로 토성과 접해 있습니다.
이중 105동, 108동, 109동은 전 세대가 전용 59㎡형입니다. 토성이 가까워 최고층은 10층입니다. 이 3개동에 315세대가 몰려 있는데 현재 물건이 없습니다. 매물로 나온 것은 있지만 호가가 최근 실거래가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지난여름 8억3500만~8억7500만원 사이에서 여러 건의 계약이 이뤄졌는데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는 9억5000만원, 10억원입니다.
중개업소에서는 “2021년엔 최고 10억9000만원에도 거래된 적이 있으니 이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최근 시장가격에 비하면 호가가 높아서 매물이 좀더 나오길 기다려 보라”고 권합니다.
전용 84㎡형 호가는 12억원대입니다. 토성 앞 103동엔 12억8000만원 매물이 있는데 구축에선 꺼리는 탑층입니다. 이에 비하면 13억원대를 부르는 전용 114㎡형이 오히려 저렴해 보입니다. 이 단지에선 유일한 3베이 평형입니다. 나머지는 안방과 거실만 전면을 향한 2베이 타입니다.
주의할 것은 전세가격입니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와 맞물려 일대의 전세시세가 많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시세가 저렴해도 갭투자자가 접근하기엔 버거운 곳이기도 합니다.
한강극동아파트는 유명 연예인이나 서울아산병원 근무자들이 많이 살았을 정도로 환경은 좋은 곳입니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만 버린다면 가성비 아파트로 꼽을 만합니다.
30년이 다 된 구축이지만 스포츠센터도 갖추고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강극동아파트의 또 다른 장점은 단지 내 유치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우일유치원은 지명도가 높아 근처 다른 아파트에서도 입원 신청이 많은데 한강극동아파트 주민들에겐 가점을 부여한다. (사진=김창경 기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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