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정부 행정기관위원회(행정위원회+자문위원회) 중 20%가량이 정권 출범 이후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정부는 유명무실한 정부위원회 통폐합을 통한 예산 낭비 방지를 약속했지만, 위원회 통폐합은 '매년 3%' 수준에 그쳤습니다. 남아있는 위원회도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방치된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위원회 20%가량 '개점휴업'…사실상 '공약 파기'
15일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운영 현황 조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위원회 정비에도 여전히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곳이 대다수였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4분기~2023년 2분기(2022년 10월 1~2023년 6월30일) 회의 현황을 보면 총 613개 위원회 중 105개 위원회가 출석 회의는 물론 서면 회의 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분과회의 조차 열지 않은 것으로 활동 자체가 없었습니다.
2023년 3분기~2024년 2분기(2023년 7월1~2024년 3월31일) 회의 현황을 봐도 총 590개 위원회 중 90개 위원회는 여전히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는 이 중 107개 위원회에 대해 통폐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은 90개 위원회 중 통폐합이 완료된 곳은 △물류단지실수요검증위원회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 △국가노후준비위원회 △보험료부과제도개선위원회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 등 5곳에 불과했습니다.
또 최근 1년간 5회 미만 회의 위원회도 316개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문재인정부부터 윤석열정부까지 최근 7년간 위원회 회의 현황을 봐도 회의 미개최 위원회 비중은 2023년이 14.1%로 가장 높았습니다.
식물위원회 통폐합도 헛구호에 그쳤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불필요하거나 회의 실적이 저조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위원회를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6월 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위원회 통폐합·정비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2022년 7월 정부 산하 위원회를 최소 30%(약 200개) 이상 정비하는 내용의 '정부위원회 정비 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조직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현 정부의 행정기관위원회(행정위원회+자문위원회)는 2022년 636개, 2023년(6월 기준) 615개, 2024년(6월 기준) 590개로 매년 약 3%씩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585개, 2021년 622개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습니다.
대신 정부는 '정비 추진현황'(2023년 9월 말 기준)을 통해 245개 위원회에 대해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24년 6월 말 기준 정부 산하 행정기관위원회 수는 총 590개로 예고와 달리 23개 위원회만 통폐합했습니다. 새롭게 신설된 위원회 수도 24개에 이르는데, 식물위원회 30%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은 파기된 겁니다.
다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위원회가 회의를 단 한번도 열지 않은 것은 위원회 통폐합 대상에 오른 곳이 그만큼 많기 때문인 영향이 크다"며 "현재도 식물위원회들에 대해 꾸준히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산만 '329억원'…여전한 '위원회 공화국'
문재인정부에서도 식물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있었습니다. 2018년 558개 위원회 중 78개 위원회가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당시 위원회의 예산낭비와 행정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각종 부처·지자체 위원회를 효율성 차원에서 정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위원회 운영실태를 원점 재검토하고 개최 실적이 부진한 위원회를 통폐합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위원회 수는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은 2020년(585개 위원회)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그칩니다. 또 '지표누리'에 따르면 2024년 행정기관위원회 총 예산은 329억9000만원에 달합니다. 평균 5600만원이 배정된 셈입니다. 여기에 위원회 구성 인원(2023년 기준)을 보면 총 1만 3542명 중 공무원은 3841명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5회 미만 회의 위원회가 절반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행정 비효율에 대한 지적이 불가피합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역대 정부에서 위원회를 줄이지 못하고 늘려왔는데, 예산 낭비와 행정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채 교수는 "위원회 숫자에 연연해 무작위로 통폐합하는 것보다는 시민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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