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청약 열풍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장에서도 국토교통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도입 취지에 맞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20억원이 넘는 분양가를 기록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경기도 과천 아파트 청약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지난 8일 진행된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특별공급 35가구 모집에 총 1만6604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은 474.4대 1에 달했습니다.
유형별 신청 인원을 보면 생애 최초가 7706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혼부부 5104명, 다자녀 3490명, 노부모 부양 278명, 기관 추천 26명 순이었습니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총 282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72가구를 일반 분양합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용 59㎡는 16억원대, 전용 84㎡는 22억원대에 분양돼 청약에 당첨되면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죠.
과천 역대 최고 분양가로 화제가 된 과천 별양동 ‘프레스티어 자이’는 특별공급에 이어 1순위 청약도 흥행했습니다. 172가구 모집에 1만93명이 접수해 5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전날 특별공급에서는 115가구 모집에 2722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23.7대 1로 집계됐습니다.
과천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1445가구의 대단지로,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287가구입니다. 3.3㎡당 분양가는 6275만원으로 강남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으로 전용 59㎡가 16억~17억 원대, 전용 84㎡가 20억~24억 원대로 책정됐습니다.
(자료=부동산R114)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전문가 "실수요 무주택자에게 기회 줘야"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청담동 '청담 르엘'과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의 중간 정도 시세차익 포지션이라 (경쟁률이) 예상대로 나왔고, 과천은 마지막 분양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분양가가 높긴 하지만 앞으로 나올 물건은 시기가 불확실하고 신축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있어 헷지(위험분산)성 청약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고가아파트 청약에서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현금부자나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르바 '금수저'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는데요. 이에 실거주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실제 강남권 청약은 시세차익이 보장돼 경쟁률이 치열한데요. 청담르엘은 특별공급 64가구 모집에 2만70명이 몰렸으며, 생애최초 모집에는 9091명, 신혼부부 특공에도 6240명이 접수했습니다.
무순위 청약 열기도 올해 수도권 분양 경기가 살아나면서 과열됐습니다. 지난 5년간 실시된 무순위 청약에서 경쟁률 상위 1∼10위 중 9곳이 올해 진행된 청약이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무순위 잔여세대 청약 경쟁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급된 무순위 청약 경쟁률 1위는 지난 7월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입니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1가구 모집에는 294만4780명이 몰려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무순위 청약에 수만명이 몰리면서 유주택자나 해당 지역 비거주자 대신 실수요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부 국정감사장에서도 무순위 청약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무순위 청약제도에 대해 "무주택자 여부, 거주지 여부, 청약 과열 지역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안을 몇 가지 세워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이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를 집중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으면서 청약제도 도입 취지에 맞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시세 차익이 크면 클수록 무주택 기준 등 조건을 강화하고 지역 요건과 재당첨 제한 등을 두고 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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