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재테크 10대 뉴스)전세계가 정치에 휘둘렸다
2024-12-27 06:00:00 2024-12-27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024년의 재테크는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습니다. 자산시장을 뒤흔들 대형 이슈가 곳곳에서 매일 같이 발발했습니다. 지난 4월의 국회의원 선거도 큰 이슈였는데 한 해 끝은 계엄령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국 경제의 기둥 삼성전자가 흔들리는 가운데 ‘스트롱맨’ 트럼프가 돌아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옆나라로 확전됐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엔 북한이 뛰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원달러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돌아가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정치가 경제를 벼랑 끝으로 밀어뜨린 형국입니다. 위기가 클수록 기회도 큰 법이지만 2025년을 앞둔 투자자들은 막막합니다. 
 
①고환율이 ‘뉴노멀?’
 
원달러환율이 1450원을 넘어 1500원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긴축 완화 기대감에 발작을 멈추고 1300원대에서 유지되던 환율이 다시 뛰고 있는 것입니다.
 
1300원대가 ‘뉴노멀’이라던 전문가들의 평가가 무색해진 배경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어서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개선될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 9월 이후 미국 시장금리가 뛰면서 다시 갭이 커져 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됐습니다. 여기에 계엄 사태가 발발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우려가 더해졌습니다.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금리 차를 더 키울 전망이어서 원달러환율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상황입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이 크게 오르며 1465원을 넘어섰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 국내 정세 불안 등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내년에도 환율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사진=연합뉴스)
 
②기준금리 내렸는데 시장금리 다시 올라
 
시장이 그토록 바라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드디어 시작됐지만 시장금리는 거꾸로 달리고 있습니다. 미 연준은 경제와 물가, 고용 등에 맞춰 1년 넘게 5.50%를 유지했던 기준금리를 지난 9월 5.00%로 인하했습니다. 11월, 12월에도 추가 인하해 지금은 4.50%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해 내려온 시장금리는 금리 인하 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세정책 등이 부각된 겁니다. 9월16일 3.63%까지 내려왔던 미국채 10년 금리는 4.52%로 다시 높아진 상태입니다. 
 
③트럼프 트레이드
 
미국 주식시장은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오르는데 한국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작년 말보다 더 떨어졌고 이젠 2400선을 사수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디커플링이 극대화됐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부터 한국 주식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엔 개인들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미국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된 투자자들은 주주 대접 확실한 미국 기업에 반해버렸습니다. 성적을 보면 그들의 판단이 맞은 셈입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이미 경험해본 터라 투자이민은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같은 추세는 적어도 디커플링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④채권 개미 늘었는데 또 실망
 
연준의 피벗을 기대하며 채권시장으로 몰린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채권개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고 증권사들도 채권 영업에 공을 들였는데요. 하반기에 금리가 다시 치솟는 바람에 이들의 실망도 큽니다.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횟수는 기존의 예상치 4회에서 2회로 줄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의 금리 정책도 변화가 감지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 같습니다. 먼저 오른 시장금리가 안정되면 좋겠지만 더 오를 수도 있어 채권 투자자들의 기다림은 더욱 길어질 전망입니다. 
 
⑤HBM이 뭐라고
 
인공지능(AI)의 급성장 덕분에 반도체가 주목받은 한 해였습니다. 대표주자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등도 재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 HBM3E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한 삼성전자는 대세에서 밀려났고, 결국 ‘9만전자’를 넘보던 주가는 한때 ‘5만전자’ 지위마저 내줄 정도가 됐습니다.
 
이제 관건은 HBM3E를 넘어 6세대 반도체 HBM4로 확장된 상태입니다. 국민주 삼성전자가 과연 5만전자 치욕을 씻고 다시 10만전자에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⑥금투세 폐지
 
내년부터 과세가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가 결국 백지화됐습니다. 주식, 펀드 등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통산해 1년에 2000만원을 넘으면 과세한다던 이 세금은, 2000만원을 5000만원으로 공제 기준을 완화하고, 금투세 피난처로 활용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 등 각종 대안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결국 빗발치는 항의에 민주당이 완화에서 폐지로 돌아서며 논란을 종결했습니다. 
 
⑦맥 빠진 밸류업…상법 개정으로 이동
 
대통령이 잔뜩 바람을 넣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구체화됐습니다. 당근과 채찍 모두 빠진 밸류업 자율공시 중심의 방안을 두고 비판이 많았는데, 지난 9월24일 밸류업지수 구성 기준과 선정된 100종목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이 재차 확인됐습니다. 논란의 종목이 포함되고 정작 밸류업에 충실한 종목은 빠졌기 때문이죠. 결국 급하게 정비는 했는데 밸류업 ETF들의 성적은 시장 평균 이하로 부진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법 개정으로 옮겨간 상태입니다. 현재 회사에 대한 이사회의 충실·보호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켜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재계는 소송 남발, 경영상 애로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⑧전쟁과 유가와 금과 비트코인
 
원유 생산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유가를 자극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예외인가 봅니다. 이스라엘의 좌충우돌에도 국제유가는 안정돼 고물가를 걱정하는 전 세계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습니다. 
 
대신 금값이 강세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국제 금 시세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MZ들에게 금과 다름없는 비트코인 시세도 비슷한데요. 다만 비트코인의 경우 전쟁보다 트럼프의 복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10만달러를 돌파, 금과는 다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환호했으나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이들에겐 비트코인을 반대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⑨나홀로 성장 해외+ETF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100조원 가까이 불어나 445조305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인데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증시에도 순자산이 증가한 것은 미국 주식 쏠림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내주식펀드 순자산은 지난해 58조6443억원에서 올해 52조2471억원으로 감소했고, 해외주식펀드는 33조401억원에서 59조8843억원으로 늘어 국내주식펀드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국내 펀드 순자산 증가가 주식형이 아닌 채권형에서 비롯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TF는 813개에서 936개로 올해 123개나 늘었습니다. ETF 역시 해외주식형이 많이 나와 순자산 증가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⑩‘얼죽신’과 지방 궤멸
 
올해 ‘얼어 죽어도 신축’ 선호 현상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달라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분양시장에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수도권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하는 방안 등을 담은 1.10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11월엔 1기신도시 13개구역 3만6000가구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했습니다. 또 8.8대책엔 서초구 서리풀지구, 고양 대곡역세권 등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공급을 확대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실제 공급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입니다. 당분간 서울 주요 지역 분양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얼죽신’의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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