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2007년 말부터 개발이 시작돼 아직 완공되지 않은 신도시이지만, 신도시 개발 초기에 지어진 ‘마곡엠밸리’ 아파트들은 벌써 입주 10년을 맞아 구축 아파트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그럼에도 마곡 업무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직주 근접 환경과, 마포, 광화문으로 향하는 지하철 5호선, 강남행 9호선, 여기에 공항철도까지 품고 있는 덕분에 마곡지구와 인접한 지역의 아파트들과는 차별화된 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프리미엄이 얼마인지는 철저하게 수요자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때로는 그 차이가 과하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마곡신도시 남단에 위치한 마곡엠밸리15단지와 길 건너 마곡수명산파크2단지의 현재 시세 차이가 그렇습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2007년에 입주한 17년차 629세대 아파트다.(사진=김창경 기자)
마곡수명산파크2단지와 나란히 있는 1단지. 2단지보다 역에서 조금 더 멀지만 시세는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단지 앞에 대형 유치원이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마곡수명산파크, 역 가까운 2단지 선호
마곡수명산파크는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과 국토교통부의 국민임대주택이 혼재돼 있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총 8개 단지로 공급됐는데 이중 임대주택이 없는 곳은 8단지가 유일하며 나머지 7개 단지 중 3곳엔 장기전세, 4개 단지엔 국민임대주택이 섞여 있습니다.
마곡수명산파크 단지들 중에서 마곡역과 가장 가까운 2단지의 경우엔 629세대 중 272세대가 장기전세입니다. 평형을 보면 108㎡형과 77㎡형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중 77㎡형이 모두 장기전세 세대여서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즉, 매매는 108㎡(전용면적 84㎡)형으로만 이뤄집니다.
마곡수명산파크 중에서도 2단지 선호도가 높은 것은 마곡역과 가까워서입니다. 가깝다고는 해도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동에서 5번 출입구까지 직선거리가 약 450미터이므로 평균적으론 10분 가까이 걸어야 합니다. 9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까지는 1.3km 정도입니다. 걷지 못할 거리는 아니지만 단지 앞에 버스가 있어서 대부분 버스를 이용합니다.
초등학생을 둔 가정들은 역과는 거리가 조금 더 멀어도 수명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3단지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2단지 학생들도 수명초등학교로 통학해야 합니다. 그 차이가 매매가 5000만원 정도입니다. 물론 2단지가 5000만원 정도 더 비쌉니다.
2단지 옆 1단지의 경우 2단지를 지나야 해 그만큼 역에서 더 먼데도 시세는 2단지와 비슷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마곡역에서 더 멀어질수록 5단지와 6단지, 7단지의 시세는 조금 더 내려갑니다.
마곡수명산파크가 완공된 시기는 대부분 2007년, 일부가 2008년이므로 입주 시기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김포공항과의 거리도 비슷해 소음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마곡역과의 거리, 그리고 통학 여건이 시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인데요.
마곡수명산파크2단지에 주차된 차량 뒤로 마곡엠밸리15단지가 보인다. (사진=김창경 기자)
209동 옆의 출입구를 이용하면 마곡역까지 도보로 7~8분이 걸린다.(사진=김창경 기자)
국평 11억…마곡엠밸리보다 4억 낮아
그렇게 형성된 마곡수명산파크2단지의 시세는 약 11억원입니다. 지난 6월과 7월에 연달아 11억원 실거래가 기록됐고 그 후로 아직 신고되지 않은 11억원대 계약이 한 건 더 체결됐다고 합니다.
지난여름 10억원대 거래계약이 여러 건 체결됐고 이에 힘입어 11억원대 실거래가 성사된 것이어서 이후로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들은 전부 호가를 11억원대로 높인 상황입니다.
선호도가 높은 동의 호가는 12억원을 넘습니다. 물론 실제 계약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일정액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1단지에서도 11억2300만원 실거래가 기록된 상황이라 눈높이는 11억원대로 고정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11억원도 바로 앞 마곡엠밸리15단지보다는 4억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란 점이 놀랍습니다.
지난 7월 마곡엠밸리15단지에선 14억9000만원 실거래가 찍혔습니다. 13억원대 거래가 이어지다 갑자기 뛴 것입니다. 그 옆 마곡엠밸리14단지에서도 14억4000만원 계약이 이뤄졌으니 허황된 가격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마곡엠밸라15단지의 호가도 14억원 후반에서 15억원대로 뛰어 마곡수명산파크2단지와는 약 4억원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이에 비해 전세가 차이는 크지 않은 편입니다. 마곡엠벨리는 6억8000만~7억2000만원, 마곡수명산파크2단지는 6억~6억5000만원 수준입니다.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중앙에 배치된 206동. 남서향이라고 칭하지만 실제로는 서향에 가깝다. (사진=김창경 기자)
일부 동 출입구 옆에 평상을 설치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사진=김창경 기자)
“예전엔 2억 정도 차이”
마곡엠밸리15단지와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구축이라도 분명히 연식이 2014년, 2007년으로 7년이 벌어지고 역과 거리도 300미터 이상 더 멀고 가깝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까지 연결되느냐도 큰 차이입니다. 무엇보다 행정구역이 마곡엠밸리15단지까진 강서구 마곡동이고 마곡수명산2단지부터는 내발산동입니다.
그럼에도 동일 생활권역에서 4억원이 벌어져 있는 것은 과도해 보입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두 단지 사이엔 2억원 정도 차이가 유지됐었다”고 전했습니다.
마곡수명산파트2단지에서 거래되는 평형은 전용 84㎡형밖에 없지만 타입이 4가지로 나뉘고 그에 따른 선호도도 뚜렷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흔히 볼 수 있는 판상형 3베이는 F타입니다. A타입도 판상형인데 현관 출입구와 화장실 위치가 다릅니다. B타입은 타워형입니다. 발코니 방향에서 보면 4베이 구조라서 좋아하는 수요자도 있으나 주방 창이 막혀 환기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선호도가 높은 F타입과 A타입의 세대수가 가장 많기는 하지만 선호하는 동에 배치된 세대가 많은 것은 아니어서 마음에 드는 물건 고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남서향이지만 실제로는 서향에 가까운 동이 있는 것도 잘 살펴야 합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있지만 시세나 향 등 몇 가지 취약점을 걸러내고 매물을 고르기엔 후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9월 대출 규제와 추석 명절이 낀 영향으로 주요 지역 아파트들은 대부분 눈치 보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의 경우 아직은 시세가 벌어져 있는 상황인 만큼 여유를 갖고 적당한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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