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은행권 대출 시장은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최근 은행권은 한 달여 만에 다시 대출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달 2일부터 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와 연립·다세대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립니다. 신한은행도 이달 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5%포인트 올리기로 했습니다.
대출금리 인상뿐만 아닙니다. 은행들은 대출모집인 접수 중단 등의 다양한 조치를 추가로 내놓고 있습니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를 말합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달 신규 취급한 주담대 잔액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뤄졌는데요. 모집인을 통한 대출이 중단되더라도 영업점에서 대출이 가능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문이 좁아지는 셈입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대출 상품을 비교해 주던 대출상담사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 데다 대출금리 인상 릴레이가 다시 시작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5대 은행은 지난 7월부터 8월 말까지 22회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바 있습니다. 특히 하반기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은 은행에 대출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등 혼란에 빠진 모습입니다.
대출금리는 오르는 반면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 예대마진은 더 커졌습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신규 취급 기준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0.57%포인트로 집계됐습니다. 전달 0.434%포인트에서 더 벌어졌습니다. 지난 5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던 5대 은행의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가 넉 달 만에 다시 확대된 것입니다.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정책과 은행권의 자율적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이달 들어 4조5000억원 가량 증가했는데요. 지난 8월 한 달 동안 8조9115억원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에 맞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도 석 달째 하락 중이며 주담대 고정금리 지표인 5년물 은행채 금리도 지난 7월 1일 3.490%에서 이달 27일 3.170%로 0.32%포인트 내려갔습니다.
가계대출 증가를 막지 않으면 내년 대출 목표치를 줄이겠다는 당국의 서슬퍼런 경고에 은행권의 '자율적 조치'라는 이름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출총량제가 가져올 부자용은 적지 않은데요. 지난 2021년처럼 금융당국 발 대출 절벽과 대출 경색에 맞서야 하는 대출 수요자의 고난은 예정된 수순입니다.
높아진 대출 문턱을 넘기 위한 대출 수요자의 몸부림은 금융업권의 풍선효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정부의 뒤늦은 주택 공급 정책과 가계부채 규제 연기, 대출금리 강제 인상 등 오락가락 정책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에 따라 대출을 풀고 조였다 하는 일시적 정책이 아닌 거시적 관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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