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차별하는 '노동약자법'…윤석열식 '노동개혁' 민낯
노동법 핵심은 근로자와 사용자 포괄 적용
"노동자 정책, '법'보다 '자율·대화'로 풀어야"
2024-09-27 17:56:47 2024-09-27 18:28:22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두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폐기됐습니다. 그러면서 여당은 노동 개혁 법안인 '노동약자 지원법(노동약자 지원과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당에서 밝힌 노동약자 지원법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조법 2·3조의 개정으로 노동자 대상을 확대해 노동시장의 이중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인데요. 이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고 약자를 위한 지원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란 비판입니다. 
 
폐기된 '노란봉투법'…여 '노동약자법' 추진
 
국회가 지난 26일 본회의를 열고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찬성 183표, 반대 113표, 무효 2표, 기권 1표로 최종 부결됐습니다. 지난 국회에 이어 두 번째 폐기가 됐는데요. 폐기된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표결 전 양대노총은 25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간절히 호소했으나, 국회는 이를 거부한 것입니다. 이날 최대봉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장은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파견과 비정규직을 없애 달라"며 "죽을 위기에 처했다. 사람을 죽이는 법이 아니라 같이 잘 사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여당은 이를 외면한 것인데요. 그러면서 당의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기득권이 된 양대 노총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추진할 법은 소리 없는 다수의 미조직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게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즉, 비정규직을 비롯한 특수고용 종사자와 배달·대리·택시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 등 현행 노동법 체계서 소외된 이들을 별도로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내에 '노동대전환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후 노동약자 지원법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에서 밝힌 이 법은 △미조직 근로자 공제회 설치 지원, 질병·상해·실업 시 보호 △노동 약자 분쟁 발생 시 조정할 수 있는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표준계약서 마련 △미조직 근로자 권익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재의의 건이 부결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나가자 우원식 의장이 잠시 대기하는 것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조합·전문가 등 "근본적 해결책 아냐"
 
노동조합과 더불어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에서 법안 발의를 예고한 노동약자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근로자 관련 정책은 편 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특히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객체'로 보는 방식에 그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합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발의하겠다고 한 법은 공제회를 통해 복지혜택을 주는 정도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에 포함된 내용 중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손해배상 제한이 불법파업을 조장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노조법 3조 개정은 현행 제도하에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의 정당한 활동마저 위축시키고 있어 이를 개선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도 "노란봉투법이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법인데, 이를 거부하고 노동약자법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것이 과연 진정성이 있나 의문"이라며 "현 정부는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많은 것을 '법'으로 통제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접근이며, 노사 문제의 기본 원칙은 '법'보다 '대화'로 자유롭게 풀어가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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