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진하 기자] 올해 국세수입이 정부가 당초 계획한 예산보다 약 30조원가량 적게 걷힐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지난해 56조원가량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현실화한 것입니다. 지난해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가 덜 걷힌 게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정부는 세수 결손분 보전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처럼 부족한 세수를 기금 여유 재원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메우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4년 연속 세수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한 비판과 함께 추경 편성 등 국회와 논의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인세만 15조 결손…4년 연속 빗나간 세수 예측
기획재정부가 26일 공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4000억원(1.9%) 감소한 337조7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올해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로는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오차율은 8.1%입니다. 지난해 세수 결손을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펑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세수 결손 이유로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로 인한 기업 영업이익 하락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시장 부진을 꼽았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3년 글로벌 교역 위축과 반도체 업황 침체로 법인세 세수 감소폭이 당초 예상보다 컸다"면서 "부동산 거래 부진 지속으로 양도소득 세 등 자산시장 관련 세수가 부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물가 안정 차원에서 실시한 유류세 인하 연장과 긴급 할당관세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는 117조4000억원으로 예산(125조8000억원) 대비 8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또 상장사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법인세가 당초 예산(77조7000억원) 대비 14조5000억원 감소한 63조2000억원 그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더불어 건설투자 부진과 토지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가 예산 대비 6조원가량 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83조7000억원으로 예산(81조4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정부의 세수 추계는 지난 2021년부터 4년 연속 크게 빗나갔습니다. 앞서 2021년에는 61조3000억원, 2022년에는 53조3000억원 각각 더 걷히는 오차가 발생했는데요. 지난해에도 56조4000억원이나 덜 걷히면서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올해 역시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반복되면서 정부의 세수 예측을 향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기재부 "추경 없이 기금 재원 활용"…세수 결손 대응책 '전무'
정부는 반복된 세수 결손 사태에도 "추경은 없다"는 대원칙을 밝히며 부족한 세수를 기금 여유 재원으로 메울 뜻을 밝혔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민생 안정 등 재정사업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기금 여유 재원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세수 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할 방침도 밝혔는데요. 기재부는 2025년 세입예산 편성 시 시장여건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시장자문단을 신설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법인세수의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중간예납 시 가결산 의무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매년 9월 당해연도 세수를 다시 한번 전망해 세수상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세수추계 업무역량 확보를 위해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등 조직개편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 등에서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수 추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이 같은 맥락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세출 삭감이 불가피해질 경우 정부가 반드시 추경 편성과 국회 심의를 거쳐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4년 상반기 국세수입 실적 및 향후 세입여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에도 상당한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경우 세입경정, 지출계획 조정 등을 포함한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정부는 세수 결손 대응과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2년 연속 세수 펑크의 원인은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인데, 세수 예측은 보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수 예측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특히 시장감시단 등 다방면의 이야기를 들어서 세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추경 대신 기금 재원을 활용한다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하 교수는 "여태까지 세수가 부족하면 기금의 재원을 가져다 쓰고 했는데,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기금 자체 운영 목적을 훼손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더불어 김 교수와 하 교수 모두 정부가 내년 세수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 신설한다는 시장자문단과 법인세수 중간예납 가결산 의무화 등에 대해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오른쪽) 등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수 재추계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이진하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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