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20일(현지시간) 프라하 체코 정부청사에서 열린 한·체코 국책금융기관 간 5자 금융협력 MOU 체결식에서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앞줄 왼쪽), 장영진 무역보험공사 사장(왼쪽 두번째)과 체코 국영개발은행, 수출은행, 수출보증보험공사 대표자들이 서명하는 동안 임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24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 수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체코 원전 수주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으나, 체코 대통령은 "확신할 수 없다"며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문제도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원전 수주가 '잭팟'이 아닌 '빈 수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코 원전 수주 비판에 "어느 나라 정당·언론이냐"고 했습니다.
한·체코 대통령 발언, 극명한 '온도차'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와 다수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국은 아직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코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입찰 경쟁을 벌였던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웨스팅하우스가 체코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반독점사무소에 이의를 신청해 단시간에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체코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체코 기자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법적 분쟁은 어떻게 협의되고 있나"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는 원전 협력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며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희는 믿고 확신하고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곧바로 "제가 추가하고 싶은 것은 최종 계약서가 체결되기 전에 확실한 것은 없다"며 "(원전 계약)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고, 그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리라고 믿지만 나쁜 시나리오에 대해 고려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희망적인 발언과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파벨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회담 전에 있었던 한국 방송사와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여러 평가 기준에 따라 최고의 선택으로 선정됐으며, 여전히 그렇다"며 "다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사실상 쐐기'라는 말로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해 확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현장 분위기를 보니 최종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는데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성공적으로 수주를 마무리하겠다"고 하는 등 정부는 체코 원전수주를 확신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11일 벨기에 도벨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웨스팅하우스에 EDF까지…복잡해진 계산
이처럼 정부의 수주 가능성 군불에도 '24조 잭팟론'은 덤핑과 적자 수주 우려,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갈등이 재차 거론되면서 자취를 감추는 모양입니다. 실제 정부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순방이 끝난 직후부터 '원자력 100년 동맹' 등의 표현으로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표현을 바꾸는 기조입니다.
현재 체코가 한국에 체코 현지기업의 원전 건설 참여율 60%를 요구하고 있고, 웨스팅하우스에 합의금까지 지급한다면 정부에서 내세운 24조원은 근거가 없다는 야권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이익 금액은 6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이는 바카라 원전 때 예산 186억달러 중 11%에 달하는 20억달러가 기자재 비용 명목으로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간 것을 감안한 것과 체코 현지기업과 인력 등에 돌아갈 건설비를 최대 60%로 가정한 금액입니다.
이 외에도 체코 원전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한수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 항의를 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는데요.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나 사안의 복잡성으로 이번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 상황에 대한 추가 정보 공개는 없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또 미국 내부에서 원전 관련 기술이 국가 보안과 연관돼 있어 에너지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의 복잡한 계산도 얽혀있습니다. 때문에 최종 계약까지 6개월 남은 시간 동안 해결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박지혜 의원 등은 "지난 8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체코를 방문했지만 관련 성과에 대해서는 어떤 자료도 대답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10월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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