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불신 자초하는 금감원장
2024-08-27 08:00:00 2024-08-27 08:00:00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금융당국이 바란 것이 아닙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으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려 금융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시장개입을 공개 선언한 것입니다. 당국의 금리 개입에 대한 적정성을 따져보기 전에 그간 은행권의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건 행보와 배치되는 발언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 원인이 당국의 구두개입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의 지난달 발언 이후 하루 뒤인 3일, 금감원은 은행권을 긴급소집해 가계대출 속도조절을 당부했습니다. 이를 전후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거듭 인상하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이 최근 추가 금리인상을 공표한 것을 반영하면 은행들은 두 달 새 약 20차례에 대출금리를 올렸습니다.
 
이 원장의 '금리 인하 제동'은 이달 들어서도 계속 됐습니다. 지난 1일에도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감을 경계하고, 주요 현안을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앞으로 다가올 성장 기회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물론 대출금리 인상이 당국 압박 때문이라는 은행권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듭니다. 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을 재빠르게 반영해 수신금리는 곧바로 내리는 반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라고 하기에는 예대마진을 키우는 방식으로 이자지익을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이 시장 원리를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당국은 대출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는 은행들을 수시로 불러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더니,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엔 금리 인상을 종용했습니다.
 
관료 출신이 아닌 이 원장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장이 정치를 하느냐는 시선도 많지만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불법 혐의나 의혹이 있는 사건에 제때에 할 말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주요 검사 사안에 대한 중간 브리핑에 대해서도 '낙인 찍기' 논란이 있지만 검사·제재 방향을 선명하게 공개한다는 호평이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 정책과 관련한 이 원장의 발언은 냉온탕식 금융시장 개입을 반복해온 당국의 정책 행보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간 금감원 수장이 한국은행이나 금융위원회 권한을 넘보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은 커녕 오히려 키우는 셈입니다.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시장의 믿음을 훼손하며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아닌지 돌아볼 때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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