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2)신축 가격 달라는 23년차 구축 “너무합니다!”
장자호수공원역 한일베라체, 구리역 신축과 호가 같아
‘2001년식·189% 용적률’ 재건축도 애매
실거주 만족도 높아…‘프리미엄’ 평가 제각각 조심
2024-08-16 06:00:00 2024-08-16 12:47:1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하철 8호선 연장선 개통으로 구리시와 남양주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세도 많이 올랐고 거래도 늘어서인지 간혹 이해하기 어려운 호가도 눈에 띕니다. 장자호수공원역 인근 한일베라체의 경우 지은 지 23년이나 된 구축이지만 현재 호가는 3년차 신축 가격과 다르지 않습니다. 
 
별내선 개통 앞두고 시세 상승
 
지난 주말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이 개통했습니다. 서울 잠실과의 거리를 크게 줄여준 신설 노선 덕분에 지난 몇 년 동안 새로 역이 생기는 곳마다 역세권 아파트 단지들이 큰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8호선 외에도 지척에서 공사 중인 구리-세종고속도로 중 구리-안성 구간이 올해 12월에 먼저 개통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안성-세종 구간도 2026년 안에 완공할 계획입니다. 이 도로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어서 기대도 큽니다. 
 
이와 같은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의 부동산 시세는 해당 계획의 발표 전후에, 공사를 시작할 때, 그리고 개통 시점에 맞춰서 모두 세 번 오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엔 별내선 개통이 부동산 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역 주변의 아파트들은 최근 두어 달 상승세를 탔습니다. 
 
장자호수공원역은 한강을 넘은 8호선이 첫 번째로 서는 역입니다. 구리시 교문동과 수택동, 토평동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게 될 역입니다. 이 역이 아파트 단지들 사이 장자2사거리에 들어선 덕분에 하루아침에 역세권 아파트가 된 단지들이 많습니다. 시세가 오르는 등 그 수혜도 누렸습니다. 
 
그중에서도 한일베라체는 유독 눈에 띕니다. 거래 증가와 함께 실거래가가 조금 올랐는데 호가 상승폭이 상당합니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매도 희망가가 뛰었습니다. 어느 정도 올랐느냐면, 8호선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구리역 역세권의 신축과 가격이 같거나 더 높을 정도입니다. 
 
지난 10일 8호선 연장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연 장자호수공원역. 주변 아파트 시세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사진=김창경 기자)
 
멀리 한일베라체 아파트가 보인다. 장자호수공원역과 400여미터 떨어져 있다.(사진=김창경 기자)
 
3.3㎡당 가격 월등
 
한일베라체는 85㎡(전용면적 59㎡)형으로만 구성된 526세대 중소형 규모의 단지입니다. 역 5번 출구에서 정문까지 450미터 정도 거리입니다. 그런데 소재지는 구리시 토평동입니다. 역까지 거리는 멀지 않은데 역과의 사이에 수택동이 있고 사거리 건너편은 교문동입니다. 
 
장자호수공원역 주변 교문동과 수택동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1990년대에 준공했습니다. 이와 달리 한일베라체를 비롯한 토평동의 아파트들은 2001년생이 많습니다. 덕분에 아파트 동들의 상태는 조금 더 양호한 편이지만 그래도 20년이 훌쩍 넘은 구축입니다. 오히려 재건축 가능 기준선인 준공 30년에 다가서는 구축이라면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텐데 23년 구축이라 애매합니다. 
 
그럼에도 이곳 한일베라체의 평당 가격은 단연 눈에 띕니다. 일단 올해 3월과 5월, 7월에 실거래된 가격은 7억8000만원 2건과 7억5000만원 1건이었습니다. 7억5000만원 거래가 가장 최근인데 해당 물건이 단지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동이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7억8000만원은 장자호수공원역 역세권 중 대장이라는 신명아파트와 금호베스트빌2차를 제외하고 3.3㎡당 가장 높은 가격입니다.
 
그런데 현재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8억원대를 훌쩍 넘어섭니다. 장자호수공원을 조망하는 202동의 매물은 8억6000만~9억원입니다. 2021년 당시 최고가가 9억원이긴 했지만 지금 이 가격으로 계약이 성사된다면 이 지역 대장아파트는 한일베라체로 바뀌어야 할 판입니다. 
 
게다가 8억5000만원은 구리역 역세권 신축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의 동일 평형 호가와 같습니다. 이곳의 85㎡(전용 59㎡)형은 8억3000만원까지 실거래됐고 현재 8억5000만원 매물이 여러 건 올라와 있습니다. 
 
장자호수공원 광장에서 바라본 한일베라체. 막힘없이 호수공원을 볼 수 있는 왼쪽 202동이 로열동으로 시세도 가장 비싸다. 오른쪽 201동에선 202동에 가까운 5, 6호 라인만 호수 조망이 가능하다. (사진=김창경 기자)
 
한일베라체와 저멀리 토평삼성래미안이 나란히 서있다. 삼성래미안은 대형 평형 단지로 똑같이 2001년식이지만 평당 시세는 훨씬 낮다.(사진=김창경 기자)
 
호수공원 옆 금호베스트빌2차 아파트. 길건너 신명아파트와 함께 이 지역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경 기자)
 
 
나홀로 비싼 이유가?
 
한일베라체 소유자들의 눈높이가 남들보다 높은 이유를 굳이 찾자면 객관적으로 드러난 수치는 용적률 하나입니다. 장자호수공원역 주변 아파트들은 재건축 연한이 다 되어가지만 대부분 용적률이 200%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습니다. 한일베라체의 용적률은 189%로 이곳에선 가장 낮습니다. 
 
그런데 이 용적률도 낮은 건은 아닌데다 용적률만 따진다면, 역과의 거리는 멀어도 저층 아파트로 구성된 교문동 구리두산(110%)과 한성1차(136%)가 훨씬 좋은 조건인데도 시세는 한일베라체보다 많이 낮습니다. 심지어 한일베라체 주민들도 “건물을 너무 튼튼하게 지어서 30년이 지나도 안전진단 등급을 못 받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재건축 기대감 때문은 아닐 겁니다. 
 
또한 이 지역 주민들의 ‘워너비’ 학교는 장자초등학교와 장자중학교이므로 학군 때문도 아닙니다.
 
남들도 인정할 만한 차별점이 있다면 현관 전실입니다. 전실이 넓어서 현관 일부를 고쳐 거실 면적에 포함시킨 집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시세를 올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외지인들이 보기엔 납득할 수 없어도 지역 주민들의 평가에 의해 계속해서 비싼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진다면 거기엔 눈에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남들이 인정하기 어려운 프리미엄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다 적정 시세를 따지고 비교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일베라체엔 지상주차장 외에 지하주차장도 있지만 늦은 시간 주차공간 부족은 피할 수 없다. (사진=김창경 기자)
 
202동과 203동 옆에 어린이집이 있고 그 옆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출입구를 이용하면 단지 정문으로 오가는 것보다 역에 더 가깝다.(사진=김창경 기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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