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슈퍼엔저가 막을 내리며 투자자들의 일본 탈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증시 낙폭은 가팔라졌고 환율도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엔화 강세 전환을 기다리며 일찌감치 엔테크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구간을 벗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뒤늦게 엔테크에 올라타려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마땅한 투자자산이 적고 기대이익도 크지 않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본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하루 전 니케이225지수가 2.49% 급락한 데 이어 이날엔 낙폭을 –5.81%까지 키웠습니다. 1일 일본 중앙은행(BOJ)이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 인상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월 6조엔에서 2026년 3월까지 월 3조엔으로 차츰 줄이기로 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보입니다.
니케이지수는 BOJ의 긴축 전환 전망에도 지난달 11일 4만2224포인트로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강세 행진을 벌였으나 한 달도 안 돼 3만5000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단기간 낙폭이 큰데도 올해 시작이 3만3000선이었던 터라 아직은 높은 영역입니다.
BOJ 발표 후 엔달러환율 변동성 확대
일본 증시 하락은 BOJ의 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엔케리트레이드 청산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낮은 금리에 돈을 조달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케리트레이드는 엔저라는 강력한 기반 위에서 실행됩니다. 특히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양국의 금리 및 환율 차이가 엔케리트레이드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제는 반대의 국면이 펼쳐지게 됐습니다. 일본은 금리를 올렸고 미국은 곧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또 한 번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드디어 두 경제 대국의 금융정책이 전환점을 맞게 된 것입니다.
BOJ는 지난 3월 금리를 0.1%로 올린 후에도 엔저 현상이 심화돼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입물가가 올라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올릴 경우 두 나라의 금리 차가 좁혀져 해외 자산을 매도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자금이 증가, 즉 엔케리트레이드 청산이 늘어나 엔달러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에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졌습니다. 엔달러환율은 BOJ가 금리를 인상했다는 속보가 전해진 1일 오후 1시경, 뉴욕시간으론 7월31일 자정 넘어 154엔 근처에서 152엔대로 급락했고, BOJ의 금리 인상 발표가 전해진 오후 3시30분 이후엔 낙폭이 확대되며 150엔 선마저 무너뜨렸습니다. 148.5엔까지 하락한 엔달러환율은 이날 밤 150엔 위로 올라서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후 다시 하락 전환하며 2일 장중 잠깐 148엔대를 구경했습니다. 방향성과 등락폭 등 변동성이 매우 커진 상황입니다.
달러와의 상대가치로 값이 환산되는 원엔환율 역시 이에 따라 춤을 추고 있습니다. BOJ 발표 직전 100엔당 918원까지 갔다가 905원으로 하락한 후 2일엔 920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연말연초 엔화 투자자 손실구간 탈출
환율은 널뛰고 있으나 엔화 강세 전환, 원엔환율 상승을 기다리며 엔화 자산을 선취매한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의 유형에 따라 웃고 우는 중입니다.
일단 엔화로 환전을 했거나 엔화통장 가입자들은 그 시기가 언제이냐에 따라 환차익의 크기가 다를지언정 손실은 벗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엔환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 지난해 하반기부터이고 관련 투자는 올해 초부터 본격 증가했습니다. 현재 원엔환율은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환율이 920원을 넘어서면 대부분 이익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엔저 탈출을 피해 미국의 금리 하락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매수했던 일본의 상장지수펀드(ETF) Ishares 20+ Years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종목기호 2621은 아직 연말연초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말 주가는 1336.9엔이고 이날은 1269.0엔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즉 작년 12월, 올 1월에 매수자는 아직 평가손 상태로 예상됩니다. 물론 원엔환율이 하락세를 탔던 2월 이후에 환전해 매수한 경우라면 환차익 효과로 이익 구간에 들어섰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종목을 카피해 지난 연말 국내 증시에 이름을 올린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도 상장 초기 매수자는 아직 손실이겠지만 올해 매수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키우고 있습니다. 상품구조가 동일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상장 시기가 올 3월이다 보니 현재 신고가 기록을 갱신 중입니다.
반면 같은 일본 자산이라도 주식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최근의 주가 하락에 환율까지 겹쳐 낭패를 보게 됐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슈퍼 엔저에 힘입어 실적을 불리고 그로 인해 주가도 오른 만큼 이제부터는 반대의 상황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변동성이 커질 때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일본 리츠(REITs) 역시 금리 상승이 악재로 작용해 주가 하락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한 KODEX 일본부동산리츠(H)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규 투자 메리트 악해
국가의 금리 정책과 환율 추세는 단기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과 같은 엔달러환율 하락, 원엔환율 상승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1일 기자회견에서 낙관적인 경제 전망에 근거해 긴축을 지속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는 2006~2007년 기준금리 인상 당시 정점이었던 0.50%가 이번 금리 인상에서 장벽이 아니라고까지 언급했습니다.
다만, 추세가 계속된다고 해서 뒤늦게 ‘엔고’에 투자해도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엔화를 100엔당 900원에 사서 950원이 되면 이익을 얻는 것은 맞지만, 5% 정도의 기대수익률을 노리고 위험을 떠안은 환테크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BOJ의 추가 금리 인상을 기다리며 일본 채권금리 역방향 추종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이에 맞는 종목은 일본 10년 국채선물(JPX JGB Futures)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곱버스’ ETF, 종목기호 2251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이 종목은 인버스 레버리지 ETF임에도 최근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더구나 엔화 투자이므로 원엔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엔환율을 기회 삼아 무엇인가를 매수해서 차익을 내기보다 일본 연계 자산을 회피하거나 기존에 매수한 종목과 상품을 보유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적당해 보입니다. 개별 일본 주식종목은 물론 니케이225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도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원엔환율이 예전처럼 1000원을 넘어설 거라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지금도 엔테크는 유효합니다. 단, 중동전쟁이 확전 위기에 놓여 있고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등 대형 변수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원엔환율이 단숨에 10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기다림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는 엔화 선물 기반의 ETF보다는 엔화 통장을 활용하거나 엔화를 직접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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