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원윳값 동결했지만…한숨깊은 유업계
우유 소비 감소·수입 멸균유 증가 등 구조적 문제 여전
2024-07-31 16:16:33 2024-07-31 17:35:42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낙농업계와 유업계가 올해 원유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올라 유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원윳값 동결은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낙농업계와 유업계가 원유기본가격 조정협상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우유 발효유 등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는 음용유 가격을 지난해와 같은 리터(ℓ)당 1084원으로 합의한 것 인데요. 분유에 쓰이는 가공유 원유 가격은 ℓ당 887원에서 5원 내렸으며 조정된 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이로 인해 원윳값 상승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BGF리테일)
 
주목할 점은 이번 협상에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처음 적용됐는데 양측은 지난달 11일부터 원유값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원윳값은 농가 생산비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ℓ당 최대 26원까지 올릴 수 있었는데요. 낙농가는 26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 유업계는 동결을 주장했습니다. 중재에 나선 농식품부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음용유 소비 감소 등 산업 여건을 고려해 동결하는 데 합의됐으며 서울우유 등 유업체들은 흰우유 가격을 동결할 계획입니다.
 
농식품부는 원유값 동결을 결정한 낙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추는 대책 등을 추진할 방침인데요. 농식품부가 발표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에서 2030년에도 원유 생산량을 현 수준인 200만톤(t)으로 유지키로 했습니다. 또 수요처를 발굴해 유제품 자급률을 현 44% 수준에서 2030년 48%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는데요. 다만 시장 축소와 수입 멸균유 증가 등의 구조적 문제는 변하지 않아 유업계 어려움은 바로 해소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 남양유업의 경우 판매제품 내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우유·분유류 매출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은데요. 최근 수입 멸균우유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남양유업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342억원, 영업손실 7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원윳값 동결로 흰우유 가격은 올릴 수가 없고, 이로 인한 밀크플레이션 현상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유업계의 근원적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 멸균우유 수입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는 2026년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우유 시장 완전 개방으로 낙농가와 유업체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유업체 관계자도 "저출산과 이로 인한 인구 감소세, 해외 제품 유입 증가로 국내 유제품 시장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업계는 이런 상황 극복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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