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강의를 해보니 읽기, 쓰기, 말하기를 떠난 일과 삶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 직장인, 대학생, 전문직, 과학자, 개인사업자, 기업대표, 정치인, NGO 활동가, 예술가, 연구원 등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읽기, 쓰기, 말하기는 필수 능력이 됐다. 어떻게 해야 이 세 가지를 잘할 수 있을까?
첫째 읽기다. 책 한 권 읽으면 뿌듯한 기분은 들지만, 공들인 시간에 비해 남는 것이 너무 없다. 책을 읽는 것은 여행과 비슷하다. 여행할 때 지도나 네비게이션이 없다면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의 좌표나 동선 경로를 알 수 없다. 중간중간 인상 깊은 것만 파편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지도나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주변 장소 전체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내가 지금 서 있는 좌표나 동선의 경로를 그려가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지도나 네비게이션 없이 독서를 하고 있다.
지도나 네비게이션을 갖춘 독서를 하려면 일단 서문과 목차를 잘 읽어야 한다. 나아가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요약하면서 독서를 하면 좋다. 처음 두세 번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운 지적 스포츠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지식 경험 통찰을 얻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그 능력에 따라 삶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 요약을 통해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글쓴이가 독자를 설득하는 전략을 배우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더없이 유용한 힘을 길러준다.
독서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많이 읽어야 하는 다독. 끝까지 읽어야 하는 완독,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순차독. 이런 독서 통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유롭게,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읽는 것이 좋다. ‘어떤 책은 그 맛을 음미해 보고, 어떤 책은 삼켜 보고,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특히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을 많이 읽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조너선 갓셜, 민음사)이란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야기에 사정없이 빠져드는 이유는 이야기가 인류의 생존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일종의 ‘이야기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기 조종사가 위험한 실전 연습 대신 안전한 시뮬레이터로 훈련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될 온갖 사건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대비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시는 고정관념, 즉 생각의 낡은 회로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 마음을 헤아려 주는 시도 좋지만 턱턱 걸리는 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시를 읽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시를 읽을 때 굳이 무슨 뜻인가를 해석하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마치 추상화를 감상하듯이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생소한 연결이나 낯선 단절을 담담히 받아들이면 새로운 독서의 경지가 열린다.
독서는 꼭 책 읽는 행위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나 유튜브를 볼 때, 게임을 할 때도 독서하는 것처럼 지도를 그려보고 요약을 해본다면 책 읽었을 때 못지 않은 통찰과 전략을 얻을 수 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그 행위를 하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백승권 비즈라이팅 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