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채권금리 '뚝'…하반기 대규모 리파이낸싱 이어질까
상반기 11개 증권사 대규모 채권 발행
저금리 사채로 고금리 조달 자금 상환 목적
중소형사 '소극적'…중대형사 추가 발행할 듯
2024-07-29 06:00:00 2024-07-2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18: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올 들어 증권업계가 잇달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낮아진 채권 금리를 이용한 리파이낸싱이 목적이다. 리파이낸싱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로 재대출, 재융자로도 불린다. 현재 신용등급 AA등급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의 경우 증액은 물론, 기준금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금리가 할인되고 있다. A등급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반기에도 채권 발행을 통한 리파이낸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11개 증권사 사채 발행 '러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15일 미래에셋증권(006800)을 시작으로 상반기에만 11개 주요 증권사가 회사채를 발행했다. KB증권의 경우 1월과 4월에 두차례나 발행, 규모만해도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불과 석달의 간격을 두고 발행했지만 채권금리는 1년6개월물 기준 3.942%에서 3.785%로 0.157%p 떨어졌다. 2년물은 3.949%에서 3.816%로 낮아졌다. 
 
하반기에는 신한투자증권이 첫 발행에 나섰다. 지난 16일 진행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서 모집액의 10배 가까운 1조500억원 규모 매수주문을 받았다. 2년물 500억 원 모집에 3800억원, 3년물 1500억원 모집엔 6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발행 규모를 기존 1500억원에서 3000억원 규모로 늘렸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2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는 각각 3.553%, 3.619%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 기준 ±3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의 금리를 제시했다. 2년물은 -7bp, 3년물은 -9bp에 목표액을 채워 이번 회사채 발행금리는 2년물과 3년물 각각 3.546%, 3.610% 내외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신용등급이 같은 미래에셋증권이 올초 발행한 2년물 금리가 4.104%인 점만 봐도 0.6%p 가까이 차이난다. 발행금액 3000억원 기준으로 1년이면 약 18억원의 이자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이자 비용은 총 2264억원이다. 1년 새 29.1% 증가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2023년 내내 회사채 시장을 비롯한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 여파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의 AA등급 3년물은 지난해 10월엔 4.855%까지 치솟았었다. 
 
증권사 채권 발행은 대부분 채무상환이 목적이다.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저금리 사채로 차환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채권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리파이낸싱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채권 투자 과열, 중소형사도 '꿈틀'
 
시장에서도 채권 투자 수요가 과열현상이 감지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7월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자금 유입 강도는 19일 기준 4.21배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1년 전만 해도 2.97배였다. 3년 전에는 1.48배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자금 유입 강도는 공모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의 총주문액을 모집액으로 나눈 수치다. 자금 유입 강도가 높을수록 신용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다는 의미다. 
 
수요증가에 따라 회사채 회전율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회사채 회전율은 올 1월 6.74%에서 6월 4.50%로 하락했다. 회사채 회전율은 거래량을 발행 잔액으로 나눈 수치다. 즉 시장에 나오는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회사채 거래 활력 정도를 보여준다. 22일 기준 7월 회사채 회전율은 2.6%로 7월엔 최종 3% 중반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한 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불거진 중형 증권사까지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시장 수요가 충분한 만큼 무리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따른 증권채 투심 저하가 전망됐지만 최근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증권채를 비롯한 회사채 발행이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A급 채권도 무리 없이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중소형사가 주를 이루는 A등급 증권채 또한 어렵지 않게 모집액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A등급 증권사 추가 발행 가능성 
 
현재 신용등급 A 증권사는 BNK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등이다. 이들 증권사는 이자부담에도 아직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자칫 채권 발행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을 경우 다른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중대형 증권사의 추가 발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2022년과 2023년 유동성 위기를 경험한 증권사들이 단기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비중을 줄이고 장기조달 수단인 회사채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기 때문이다. KB증권이 올해만 2번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도 같은 이유다. 게다가 이자까지 낮아져 비용부담을 더는 만큼 추가적인 리파이낸싱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발행 금리가 많이 낮아졌고 금융사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상반기 결산이 마무리되는 8월 이후 리파이낸싱에 나설 증권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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