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라는 말이 어느새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습니다. 글로벌 주요국들이 AI 주도권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익숙한 일이 됐습니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이 AI 경쟁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반도체를 비롯해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등 우리 생활에서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AI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AI 경쟁력이 기업은 물론 국가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이 예삿말로 들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라이벌인 대만의 AI 시장 공략 속도는 날로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은 자국을 AI 혁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면서 반도체 회사 경영자를 파격적으로 경제부 장관에 임명했습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도 "지금의 대만은 반도체 선진 제조 기술을 장악해 AI 혁명의 중심에 서있다"면서 "글로벌 AI화 도전에 직면해 우리는 반도체 칩 실리콘 섬의 기초 위에 서서 전력으로 대만이 'AI 섬'이 되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AI 산업화와 AI 혁신을 가속화하고, 산업의 AI화와 AI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국력과 군사력, 인적 역량, 경제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만은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주변 TSMC 공장들과 연계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파운드리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TSMC라는 기업을 보유한 대만이 'AI섬'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위기감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반면 우리 정부의 AI 지원에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기업들이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제도 정비도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AI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요구하는 업계의 요청에도 입법 기관인 국회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3년마다 AI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공지능위원회 등 관련 조직을 신설해 AI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안'(AI기본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해외 주요국들이 발 빠르게 AI 관련 규범과 제도를 마련해 정비하는 것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AI 고급 인재 육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인재의 해외 유출은 첨단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가 구글의 AI 전문 인력에게 13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시도하는 등 인력 쟁탈전이 가열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AI 인재 쟁탈전에서도 밀리는 양상입니다. 국내 AI 인재들이 해외에 있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로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AI 분야의 경우 2027년까지 1만3000여명 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의료·금융·제조·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고, 국제적으로 AI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임에도 인재 육성에 주력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인재 육성 부실은 자연스럽게 인력 부족, 해외로의 고급 인력 이탈, 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잃게되는 일입니다. 정부는 파격적인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내놓고, 기업은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처우 개선과 연구 환경을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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