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클러스터 전력·송전 '최대 난제'…"실행 의지 없다"
전력·송전망 구체적 계획 없는 '용인 클러스터'
RE100 우려…송전망도 어려워, 밀양 사태 교훈
대만 TSMC는 장기 재생에너지 구매
최적지 동남권은 인력 수급 난항?…미 테일러 공장 일침
'익금불산입' 자본 리쇼어링만…낙수효과 없어
2024-06-16 12:00:00 2024-06-16 12: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써서 갈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 정부는 이에 맞춰 입지조건과 발전설비 등의 지원부터 법망까지 노력해야 일이 되는 것이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그런 얘기가 전혀 없고 이니셔티브(문제 해결 계획)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설비 투자를 2.5배 늘려 보조금 더 받고 국내 언론 통해서는 보조금 더 줘야지 한국에 짓는다는 식으로 혜택을 더 달라는 소리만 하고 있다."
 
이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교 교수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날 선 비판입니다. 16일 정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용인 기흥 미래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조건부 통과되면서 용인시와의 행정절차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전력과 송전 등 인프라 문제는 최대 난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교 교수는 지난 1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용인 반도체, 전력공급 구체성 없다
 
바다 인근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끌어올 송전망은 자칫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데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탄소중립 확보에 'K-반도체'의 사활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박상인 교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왔음에도 실제 용인에 대한 전력 공급은 불분명하다"며 "2030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부 가동을 위해 0.4기가와트(GW)가 필요하고 2050년까지 10GW가 필요하다. 10GW는 엄청난 전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박 교수는 "보통 원전 10기를 지어야 가능할 텐데 2008년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이후 우리나라에서 고압 송전탑을 하나도 못 짓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삼척 화력발전소는 건설해 놓고 가동도 못 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도 문제이나 송전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도 없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RE100,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되지 않는다. 원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다"며 "만일 용인에서 삼성전자가 원전을 활용해 반도체를 만든다고 하면 2030·2040년부터는 수출하는 게 거의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매입의 주요 빅테크들은 2030·2040년에 RE100으로 만든 것만, 아니면 최소한 반 정도만 사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슈퍼 을'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경우 2040년부터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지 않으면 장비를 안 판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도체 공급망 전방에 2030·2040년 사이 RE100 압력이 엄청나게 강한데 용인 클러스터를 2050년까지 짓겠다고 말하면서 RE100 계획이 전혀 없다는 건 최첨단 반도체를 거기서 생산하지 않겠다는 걸 전제로 깔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실행 가능성이 없는 안을 가지고 마치 할 것 같이 말하는 등 결국 삼성전자의 의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하겠다는 의지면 작년 대만 TSMC처럼 중장기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해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교 교수는 지난 1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가 정말 할 생각이면 TSMC처럼 해야한다. 구매계약을 실제 실행하기 위해 도움되는 제도적, 법적인 조치들은 정부가 뒷받침하는 식으로 가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뒷짐 진 핑계만…미국으로 가버릴 것"
 
박상인 교수는 "TSMC는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등 RE100에 맞춰 20년 이상 장기 재생에너지 구매 계획까지 맺었다"며 "삼성전자가 정말 할 생각이면 그렇게 해야 한다. 구매계약을 실제 실행하기 위해 도움 되는 제도적, 법적인 조치들은 정부가 뒷받침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뒷짐 지고 전기가 없다는 핑계만 나오고 있다는 핀잔입니다. 용인에서 할 생각이 없다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다는 게 박 교수의 날 선 비판입니다.
 
동남권 등 지방에 클러스터를 짓을 경우 인력 공급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따라가면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들이 가게 돼 있다.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동남권이라서 안가겠다고 할 것 같나. 아니라고 본다"며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가고 그것이 클러스터를 만드는 목적이기 때문에 그건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사례를 봐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선택했고 일본도 시골에 짓고 있잖나. 외국에서는 시골에 투자하면서 우린 안 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정부도 정권이 바뀐 한참 후 일들이 될 테니 책임을 안 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결국 이렇게 가면 반도체 산업도 미국으로 다 가버리고 이른바 레거시(과거·현재도 사용하는 낡은 공정 기술의 시스템) 산업 등만 국내 남는다. 동남권 쪽 집중 지역은 결국 러스트 벨트(제조업 중심지 불황 지역)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도 문제
 
이어 "경제 위기가 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해외 자회사에서 송금 받는 건 익금불산입으로 배당금 세금을 안내고 미국 보조금과 세제 혜택 받고 어떤 의미로 보면 '미국으로 가십쇼'하고 있는 꼴"이라며 "국민을 배반하는 행정이고 정치일 뿐이다. 우리나라 좋은 일자리를 '미국으로 보내십쇼'라고 만 든거나 다름없다. 이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가 제공한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개정의 문제점'을 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자회사 이익을 통해 2022년 3조9523억원의 배당금수익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전년보다 8.5배인 29조968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해외에 자회사를 둔 법인들이 그동안 쌓아놨던 배당이익을 이중과세를 이유로 비과세(익금불산입)되면서 국내 송금이 활발해진 배경입니다. 그러나 국내 일자리의 설비 투자로 이어지기 보단 자본 리쇼어링(해외 법인 자금 국내 반입)화 되면서 오히려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습니다.
 
유호림 교수는 "조세지출의 효과는 대부분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귀착되는 것이 기재부의 조세지출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으나 낙수효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등 재벌·대기업에 대한 감세와 공정거래법의 개정이 함께 이뤄지면서 내부거래와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교수는 "미국 주도하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더불어 우리기업의 대미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바, 이는 IRA 법안의 시행에 따른 미국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여진다"며 "그러나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국내의 투자 및 고용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2대 국회를 향해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을 정상화해 과세하고 세액공제 확대를 원래대로 돌려야 한다"면서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정상화 입법 과제를 제안한 상태입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편, 22대 국회에서는 반도체 공장 인프라 지원 등을 위한 반도체산업발전특별법과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문제 등이 논쟁 테이블에 오를 전망입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가 <뉴스토마토>에 제공한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개정의 문제점' (출처=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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