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정부가 흔들리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건설비 단가 현실화를 꺼내들었지만 업계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본형 건축비 현실화' 등은 그동안 업계에서 계속 요구해 온 사항으로 '계획·추진'만 내놓고 있다는 핀잔입니다. 더욱이 지원을 위한 실제 예산 반영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정부서울청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물가 상승분의 공사비 현실화와 대형 공사 지연 최소화, 지방 미분양 해소 등을 담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방안을 보면 공공부문은 '적정 단가' 산출과 '물가 상승분' 반영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민간 참여 공공주택의 경우 물가 상승분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작년보다 약 15% 상향합니다.
대형 공사 지연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미 유찰된 4조2000억원 규모 대형 공사의 경우 수의계약 진행 등을 통해 공사를 정상화합니다. 낙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보상비 한도가 기존에는 공사비의 1.4%로 일률 적용했는데, 이를 공사 종류나 규모에 따라 1.2~2.0%로 차등 지급하는 방안입니다.
미분양 등 건설사업 위험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지방에 집중된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지원 받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사업 리스크를 저감, 신규 착공 지연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러나 업계 반응은 "한시가 급한데 또 검토, 추진이냐"며 냉담합니다.
'기본형 건축비 현실화' 등을 업계가 계속 요구했지만 정부가 그동안 꿈쩍도 안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공사비 상승 폭이 최근 3년간 30% 오르는 등 물가 상승 폭을 뛰어넘었다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지금 모든 공공공사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취소되는 등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인데 정부가 초등학생 방학 생활 계획표를 짜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의 계획만 자꾸 발표하면 어쩌자는 거냐"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적정 단가 산출, 물가 상승분 반영 모두 국가 예산과 직결되는데 계획 추진에 있어 예산이 실제 반영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국토부는 'CR리츠와 관련해 절차상 근거법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와서 국회도 아닌 정부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법을 어떻게 통과시키냐"며 미분양 해소 방안에도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발표 내용은 '추진한다' 검토한다' '마련한다' 등 마치 총선을 의식한 것처럼 알맹이 없는 발표로 끝났다"며 "그동안 기본형 건축비 현실화를 요구할 때는 꿈적도 하지 않던 국토부가 움직일 거란 기대감은 하나도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사업 규모만 157억6000만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이 유찰될까 봐 급하게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국토부는 이르면 3개월, 늦어도 하반기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이익진 국토부 건설정책국 건설정책과장은 "공사비 현실화 역시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더 내거나 입주자 분양가가 올라가는 등 누군가는 또 그 공사비를 부담하게 돼 어느 정도 수준의 현실화가 적정한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안별로 시뮬레이션(모의실험)도 해보고 전문가와 업계 의견도 들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기에 기획재정부와 이례적으로 공동 작업반을 함께 구성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공사비 현실화 시점을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28일 비상 경제장관회의에서 공사비 현실화 등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건설경기 침체로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중장비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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