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유사와 화학사들이 나프타 탄력관세 영프로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해 관계부처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프타는 ‘산업의 쌀’인 에틸렌을 만드는 NCC(납사크래커)의 원료입니다. 본래 기본관세는 영프로인데 한때 세수확보 차원에서 탄력관세를 적용했습니다. 그러다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작년부터 영프로를 적용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다시 세수부족에 처해 관세가 오를 불안감이 쌓인 업계는 비상에 걸렸습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업계로부터 탄력관세 부분 요청이 있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6월말 탄력관세가 조정됩니다. 기획재정부가 조만간 관세 인상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입니다.
업계는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여느 때보다 불황이 깊어 관세 부담도 큽니다. 석유화학 제품 중에서도 특히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NCC업체들의 적자가 심합니다. 나프타 관세는 이들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 부문 작년 영업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롯데케미칼은 2년째 영업적자를 봤으며 올 1분기도 적자가 예상됩니다. SK지오센트릭만 빼고 대한유화, 여천NCC, 한화토탈 등 모든 NCC업체가 작년 적자를 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도 적자를 본 적 있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중국과 중동산에 밀려 NCC 매각에 이르는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지금 관세가 오르면 수천억 적자가 더 쌓인다”면서 “영프로 유지가 절실한 형편”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화학사업을 병행하는 SK, GS,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로 정부에 요청 중입니다. 다만, 정유사의 경우 부득이 관세를 올린다면 화학사들과 동일관세를 적용해달란 입장입니다. 정유사는 원유에서 만들어진 나프타를 화학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분 만큼만 원유를 구매할 때 세금 감면을 받는 식입니다.
2015년 정부가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세금 감면분을 제외하며 정유사는 1% 탄력관세를 적용받았습니다. 화학사와 원가 불균형이 생긴 정유사가 항의하자 이듬해부터 2022년까지 화학사와 정유사가 0.5% 동일하게 탄력관세를 물게 됐습니다.
화학사로선 없던 탄력관세가 정유사와의 조세균형 차원에서 생긴 것입니다. 화학사는 이번에도 비슷한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더욱이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배당분 조세지원, 기름값 안정화 차원의 유류세 인하 등 세수 재원 확보가 더 필요해진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원자재 관세가 오르면 수출가격경쟁력도 약화되고 산업물가도 오른다”며 “적자 늪에 빠진 업계의 형편도 정부가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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