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 justify;">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주요 대기업의 1년내 만기 도래 차입금이 급증세를 보입니다. 기업들이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차환 등을 미뤘던 물량이 올해 몰린 탓입니다. 고금리 상황에서 신규 대출을 받으면 전보다 이자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차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정책금융 지원을 받는 첨단산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의 건설 등 산업별 금융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11일 기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4대그룹 주요 제조업체(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0곳을 분석한 결과,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규모(비영업부채,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는 73조190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 70조1021억원에 비해 4.4%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호실적으로 주머니 사정도 좋았던 현대차와 기아를 빼면 증가율은 27.6%까지 껑충 오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장기차입금의 1년내 만기 도래) 모두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전자 등은 대체로 오름세입니다. 이들은 현대차와 기아에 비해 반도체 부진과 2차전지 성장 둔화 등 실적 부침을 겪어온 터라 금융 부담이 한결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금리가 빠르게 올라 이자부담이 커졌다”며 “회사채 등 신규 발행 금리가 만기도래금리를 훨씬 웃돌아 신규 대출을 미루거나 계열사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임시방편으로 버텼지만 이조차 한계에 다다른 실정”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실제 SK하이닉스(회사채 신용 AA안정적)의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 3개는 이자율이 각각 2.53%, 3.01%, 2.48%입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하는 일별 채권금리(최종호가수익률)는 AA- 무보증 3년물 기준 이날 오전 3.91%를 찍었습니다. 연중 최고는 4.14%, 연중 최저도 3.91%로 차환 시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BBB- 이상 무보증 3년물의 경우 10.20%까지 찍어 신용도에 따른 양극화도 확연합니다.
회사채 외 기업 대출금리도 2021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후 근래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고금리 수준입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2021년 8월 2.56%부터 작년 11월 5.29%까지 치솟았습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적으로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겠으나 빠른 속도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감안할 때 당분간 회사채 발행기업의 이자부담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지난 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을 고려할 때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재계는 경기 부진 속 이자부담이 계속되면서 세제지원 연장을 정부에 건의 중입니다.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올 연말에 일반산업과 첨단산업에 각각 주어진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일몰된다”며 “이를 연장해주길 정부에 적극 건의하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