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초안은 3월 발표가 유력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발표가 지연돼 결국 총선을 앞둔 시점까지 밀렸습니다. 발전원 비중에 따라 다양한 산업 벨류체인이 연관돼 있고, 지역구 현안도 걸린 만큼 총선 영향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28일 전력당국 관계자는 “확률상 3월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초유의 관심이 쏠렸던 전기본 발표가 임박해진 것입니다. 이번 전기본엔 다양한 산업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도 얽혀 있습니다. 원전부활은 현 정부 간판이며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두산은 창원을 중심으로 영남지역 원전산업벨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간 삼성, SK, LG, 현대차, GS, 포스코, 한화, 두산 등 주요 그룹들이 벌려놓은 에너지 신사업도 많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해 화석연료발전을 청정화할 수소혼소, 탄소포집(CCS) 기술 등에도 투자해왔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전기본에 미래 사업이 달렸습니다.
최근 지역 시민단체는 신규 원전 10기를 정부에 청원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신재생 비중 축소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전기본은 지역에 민감한 현안이며, 발표 시기적으로도 총선과 맞닿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남 창원 민생토론회에서 원전 특별금융과 특별법제정 계획을 발표하며 원전부활에 다시 힘을 실었습니다.
여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전기본 초안은 원전을 키우나 신재생 비중을 할애하는 형태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가스와 석탄 화력발전 비중을 더 늘리지 않거나 줄이는 방향이 예측됩니다.
발표가 밀린 이유는 단연 원전 때문이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원전 확대 비중을 두고 여러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국내 발전수요는 삼성과 SK, 현대차 등 국내 투자로 폭증하는 양상입니다. 이를 감당할 원전이 필요했지만 방폐장 등 부지 확보 문제가 버겁습니다.
당초 전력당국은 신규 원전 3기를 고려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보다 늘릴지 고심했지만 3~4기로 수렴될 듯 보입니다. 이또한 적지 않은 비중이라 신재생 축소가 염려되지만 그런 방향은 정권에도 부담입니다. 원전 중심의 CF100(무탄소100%)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면 과제인 RE100(신재생100%) 달성에 신재생이 더 필요합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발전원 비중이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SK, GS, 포스코, 두산 등 에너지 대기업들은 화력발전 수익이 큰 편이지만 리스크에 대비해 원전 기기 및 관련 시공과 신재생 등 포트폴리오도 늘려왔습니다.
그럼에도 지역 민원 때문에 준공시기가 늦춰진 석탄발전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탄소규제상 가동 수명이 단축될 것도 우려됩니다. 이에 업계는 전기본에 가스 비중을 늘려 석탄에서 전환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으나 회의적입니다. 정부는 가스발전은 수소혼소를, 석탄발전은 CCS를 적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CCS를 달면 탄소 문제는 해결 가능하지만 비용부담 때문에 수익성 감소는 피할 수 없습니다. 이번 전기본에 업계의 희비가 갈릴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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