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민심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경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죠. 끝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고점을 찍고 안정세로 돌아선 모습이지만 농축수산물 물가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서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가 잡히지 않는 한 체감물가는 계속해서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입이 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아무래도 경기가 풀리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듯 싶습니다. 올해 하반기 말경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긴 하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얘기가 돌았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어느덧 저성장이 뉴 노멀로 자리잡았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2.1%, 정부는 2.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2%, 그나마 높은 국제통화기금(IMF)도 2.3%로 보고 있습니다. 내수 전망치만 보면 불황이 더 실감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가 가기 전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드라마틱한 성장세가 연출되진 않을 겁니다. GDP 기준 10위권 수준으로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이제는 예전 개발도상국 시절의 성장세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경기 우려를 넘어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마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될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낭중지추처럼 확실한 무기를 지닌 기업, 희망이 되는 기업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포스트 삼성, 현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린지도 이미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더더욱 ICT분야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아쉽습니다. 세계 경제를 돌아보면 사실 낭중지추 역할을 하는 곳들은 대부분 이 분야 기업들인데요.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이미 우리 국민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됐습니다. 중국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죠. 국경을 넘나들며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이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국내 플랫폼 업계는 어떤가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눈과 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누구는 대상에 들어가고 누구는 빠진다더라' 하는 뉴스에 일희일비하고, 또 아예 기업명이 오르내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정부가 최근 연달아 내는 신호가 혹시 한국 플랫폼 기업의 미래를 걱정해서 그러는 것일까요. 내수용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널리널리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내 서비스를 옥죄는 것일까요. 궁극적으로는 이들도 더 넓은 해외영토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밟는 것이 부디 '한국에선 기업 못하겠다'는 결론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오늘도 또 하나의 네이버, 카카오가 되길 바라며 출발하는 수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죠.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이 '한국에선 플랫폼 기업이 클 수 없다', '더 크면 어려워진다'라는 잘못된 신호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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