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아직 오지 않은 '이광재의 봄'
민주당으로 넘어간 공…이젠 '이재명의 시간'
2024-01-30 14:38:31 2024-01-30 19:53:07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 입문.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3선(제17∼18대·21대) 국회의원. 35대 강원도지사. 21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장. 매일 오전 7시 뉴스레터 '5분 산책'을 보낸 국회 사무총장. '노무현의 오른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얘기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전쟁 같은 35년이 지났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도전일지도 모릅니다. 
 
정치 고비마다 대의와 헌신 택한 이광재 
 
이 전 총장은 고비마다 '대의'와 '헌신'을 택했습니다. 1996년 어느 날. 15대 총선(서울 종로)에서 낙선(득표율 17.7%·3위)한 노 전 대통령이 "힘들어서 (더는) 못 하겠다"고 하자, 그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 골목에 '소꿉동무'라는 카페를 차렸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를 위해 팔자에도 없는 자영업에 도전한 셈입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9년간 야인으로 있다가 2020년 총선을 통해 돌아온 그는 2년 뒤 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6·1 지방선거(강원도지사)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45.9% 득표율로 낙선.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전 총장은 1월 5일 돌연 "저의 출마 지역은 사랑하는 민주당 결정에 맡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의 뜻을 끝내 접었습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자신이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대결하는 게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총장은 그간 주변에 "내가 어떻게 곽 변호사와 경쟁하겠느냐"라며 '선당후사'를 강조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1998년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이 간 길을 포기한 셈입니다.
 
종로 불출마 이후 거론된 지역은 '세종갑.' 홍성국 민주당 의원의 불출마 이후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인 이곳에 '원조 친노의 귀환' 시나리오.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균형발전을 잇는 이 전 총장의 '혁신·기업도시 시즌 2.' 21대 총선 당시 강원도 원주에 출마한 이 전 총장의 1호 법안 공약도 다름 아닌 일명 '혁신도시법'(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당 내부에선 이강진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의 세종갑 전략공천설이 떠올랐습니다. 이 전 정무부시장은 '친노 좌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애초 세종을 출마를 선언했던 이 전 정무부시장은 "중앙당의 권유가 있었다"며 지난 22일 세종갑으로 출마 지역을 틀었습니다. 이 전 총장의 출마 지역은 또다시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이쯤 되면 이 전 총장은 민주당을 비롯해 진보진영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이광재 퍼즐, 민주당 공천 '리트머스 시험지'
 
당 안팎에선 갈 길을 잃은 이 전 총장의 선택지를 놓고 '서울 용산'부터 '경기 분당갑' 등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전 총장의 측근은 "당에 맡겼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선당후사"라고 했습니다. 4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이 전 총장이 9년 만에 복귀한 2020년. 그해 6월 9일 이 전 총장을 국회에서 인터뷰했습니다. 그의 첫마디는 "정치를 하려고 복귀한 것이 아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대개조 전략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1988년 4월 이 전 총장을 처음 만난 노 전 대통령의 첫마디는 "나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주세요." 구시대의 막내가 아닌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다던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장의 신념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전 총장은 "정치꾼은 당선을 갈구하고 정치인은 꿈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성공을 추구한다"며 "정치가는 현실보다는 미래의 꿈을 중시한다. 정치가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습니다.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젠 이재명 대표의 시간입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내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님, 민주당은 물론 진보진영 더 나아가 한국 정치의 자산인 이 전 총장을 더는 '아픈 손가락'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중략) 곧은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박노해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중)
 
최신형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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