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3자녀 중 장녀가 처음 임원에 올랐지만 지분 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립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분 승계작업이 없어 사실상 최태원 회장이 보유 주식을 단순 상속하는 형태만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상속세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최근 화두인 넥슨그룹 주식물납처럼 최태원 회장도 SK실트론 주식을 물납에 활용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8일 SK그룹 인사에서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의 임원 승진이 이뤄졌습니다. 3자녀 중 첫 임원이라 경영권 승계 구도에 첫발을 뗀 셈입니다. “나만의 계획이 있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미심장한 발언 이후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하지만 정작 승계구도를 종결짓는 3자녀의 지분승계는 깜깜이입니다.
사촌들만 활발합니다. 최신원 전 회장이 애착을 보였던 SK네트웍스에선 아들인 최성환 사장이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모은 주식이 3.16%에 불과해 모회사 SK 41.2% 주식과 비교하면 계열분리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와 달리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지분승계를 이미 완료했습니다. SK디스커버리 40.18%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계열분리는 사실상 친족간 선택의 문제로만 남았습니다. 이날 SK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아 SK디스커버리 계열뿐만 아니라 전체 그룹사에 대한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이 게 승계구도에도 어떤 변수가 될지 관심입니다.
최태원 회장도 가족회의를 통해 경영권을 물려받은 바 있습니다. 개인 결단을 예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고 최종현 회장과 최태원 회장 대에서 석유업과 통신업을 불하받고 반도체 사업을 인수해 성장한 만큼 직계가족 승계 전망이 일반적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SK C&C를 중심으로 복잡한 지분승계 과정을 거쳤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한 지주회사체제 전환 후 그룹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끝났습니다. 지금은 SK 지분만 물려주면 돼 구조가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최태원 회장 보유 SK 지분은 17.6%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엔 부족해 보입니다. 상속세를 내면 반쪽날 수 있습니다. 현재는 24.5%나 되는 자사주가 방어수단이 되고 있지만 자사주 의무 소각 방안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어 불안합니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에 보유한 총수익스왑(TRS) 방식 간접지분 29.4%가 상장 후 지배력 강화 실탄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TRS 지분 확보 과정에서 계열사의 회사기회유용을 문제 삼아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부과한 만큼 상장이나 구주매출 등은 여론 지탄을 받을 수 있습니다. SK실트론도 상장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TRS 주식을 비상장 형태로 계속 보유한다면 최근 넥슨그룹 지주 NXC 사례처럼 물납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주식 물납은 가치평가가 어려운 비상장 주식이라 가치를 키우기도 쉽다”며 “60% 상속세 완화 건의가 좀처럼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사실상 절세가 가능한 물납 형태가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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