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된 첫날 주식시장에 불기둥이 솟아올랐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66%, 7.34% 급등하며 2500선, 800선을 회복했습니다. 3년 7개월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입니다. 그간 하락장으로 마음졸여 온 개미투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곧바로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싼 가격에 되사서 갚는 투자 방식입니다. 시장에 공매도 물량이 늘어나면 주가 하락 신호를 주게 되는 셈인데요.
그런 탓에 개인투자자들은 시장교란 주범으로 공매도를 지목해 왔습니다. 실제 공매도 중단 첫날 증시가 보여준 결과물은 이런 주장이 영 틀린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었네요.
주식시장의 안정성은 투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공매도는 주식시장이 침체됐을 때 하락을 더욱 가속화해 금융 시스템에 불안을 초래해왔습니다. 주가의 급격한 하락은 투자자들의 공포를 증폭시켰고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였는데요. 최근 시장 흐름이 딱 그런 시기였습니다.
일각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비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조치는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금융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와 안정성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시장에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건 당국의 의무니까요. 자유시장경제라고 해서 시장의 자율성만 강조된다면 혼란은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공매도를 완전히 없애자는 주장은 경계해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는 결국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뿐입니다. 공매도의 순기능도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데요. 공매도는 주식 가격이 고평가되거나 지나치게 상승한 경우 가격 조정과 함께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내년 6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 시점을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시장에 혼선을 줄이면서 제도적 보완을 이루는 게 핵심이겠지요.
우선 단기적 공매도를 제한해 주가가 급락하는 걸 방지하는 방안을 제안해 봅니다. 특정 기간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공매도로 거래하는 걸 막는다면 시장의 과도한 매도 압력을 완화할 수 있으니까요.
공매도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절하는 방법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대출을 시행하는 금융사의 리스크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차별적인 공매도 규제를 바로잡는 게 시급합니다. 공매도 담보 비율이 개인은 120%지만 기관·외국인은 105%에 불과합니다. 상환 기간도 개인은 90일인데 반해 기관·외국인은 120일에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탄화할 때 비로소 공정한 싸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이상거래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당국의 감시역할까지 강화된다면 비로소 투자자들은 신뢰와 안정이 바탕된 투자 환경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김의중 금융증권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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