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부터 법관인사까지 첩첩산중…사법부 '먹구름'
'현상 유지' 제한적 업무 대법원장 대행 체제 장기화
여야 강대강 대치에 헌재소장·대법관 인선 차질 우려
2023-10-09 06:00:00 2023-10-09 06:00:00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국회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며 ‘사법부 공백’ 장기화가 현실화했습니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후임뿐 아니라 차기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 등 인선이 잇따라 차질을 빚으며 사법부의 정상적 기능 수행이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최소 한 달 이상"대법원장 대행체제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재석 295표 중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됐습니다. 이번 부결은 168석의 민주당, 6석의 정의당 등 야권이 주도한 결과로 풀이되는데요. 야당은 재산신고 누락, 불법 증여 의혹 등에 연루된 이 후보자를 향해 일찌감치 '부적격' 딱지를 붙였습니다.
 
이 후보자의 낙마로 대법원장 공석은 최소 한 달 이상 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퇴임한 후 사법부 수장 공백은 2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발표하고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려면 한 달에서 두 달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다음 달 9일인데요. 이달 10~27일 국정감사가 진행돼 다음 본회의 전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대법원장 자리가 비는 동안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제한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차기 대법원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안철상 선임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데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가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선고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 권한대행에 행정 업무가 집중되면 나머지 대법관 업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정부여당은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도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일방적 반대로 부결됐다”며 “그 피해자는 국민이고 따라서 이는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을 향해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자신들의 발아래에 두려는 반헌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초유의 사법부 공백대법원 끝 아닌 '시작'
 
사법부 공백은 대법원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과 함께 양대 최고 사법기관으로 분류되는 헌법재판소의 유남석 소장도 임기가 다음 달 10일 종료될 예정인데요. 헌재 소장도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의 임명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법부 인사 검증 문제가 여야의 충돌 속에 파행을 거듭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야당은 신원식·유인촌·김행 장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이 이들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인사를 둘러싼 여야 강대강 대치는 격화하고 그 여파가 사법부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자 제청 절차도 지연이 불가피합니다. 통상 대법관 인선 절차는 천거와 검증, 제청까지 3개월여가 소요됩니다. 헌법은 대법관 제청권을 대법원장 권한으로 두고 있는데요.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제청권을 행사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 정도의 제한적 업무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민주당은 사법부 수장 공백의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입장입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며 “애초에 국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후보를 보냈어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발목 잡기’ 운운하지 말고 사법부 수장의 품격에 걸맞은 인물을 물색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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