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작년 법인세 1위에 이어 올 중간예납도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제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적이 좋은 현대차가 법인세비용도 2배 정도 올라 반도체 불황 탓에 주춤한 삼성전자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7조원 가까이 증발한 삼성전자 외 법인세가 줄어든 기업이 많아 세수 감소가 우려됩니다.
현대차, 납세 두배 올라 선전
21일 각사에 따르면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집계한 상반기 국내 상장사 세전이익 상위권 기업 중 법인세비용 1위는 현대차로 나타났습니다. 세전이익 1위를 차지한 현대차는 세금감면분 등을 적용한 법인세비용도 2조6590억원으로 압도적 선두에 올랐습니다. 2위도 현대차그룹 내 기아가 차지했습니다. 기아 법인세는 1조8875억원입니다. 세전이익대로 법인세비용도 많이 지출해 사회환원 및 국가경제 기여도를 높이게 됐습니다. 현대차 법인세비용은 전년 대비 1조3539억원(103.7%)이나 증가했습니다. 기아도 6592억원(53.7%) 올랐습니다.
3위 GS와 4위 LG전자는 각각 9109억원, 5795억원씩 기록했습니다. 선두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애초 국내 세수 구조가 상위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 법인세비용은 작년 상반기에만 7조1071억원이었습니다. 그러다 반도체사업 적자 전환으로 세수 공백 우려가 커졌습니다. 그나마 현대차, 기아가 선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외에도 부진한 곳들이 많습니다.
올 상반기 4대그룹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LG전자, LG화학 중에서 현대차, 기아만 영업이익이 늘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세전이익이 3위를 기록했음에도 법인세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13위(2412억원)에 그쳤습니다. 법인세 감소분은 6조8659억원이나 됩니다. 작년 법인세비용도 마찬가지로 현대차가 1위를 차지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작년 법인세비용이 환급 등으로 마이너스 전환했었습니다. 올 플러스로 복귀한 게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입니다. 반도체 불황 이후 자동차가 수출을 견인하는 흐름이 비슷한 납세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산 수출 등 호조를 보이는 한화가 5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년보다 1340억원(31.4%) 오른 561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6위는 또다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대모비스가 5189억원으로, 증가액은 119억원(2.4%)입니다. 7위는 삼성물산(5189억원)이 차지해 삼성그룹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삼성물산도 전년보다는 14.4%(662억원) 줄었습니다.
수출 다크호스 배터리, 납세도 상승
배터리사업 흑자전환 등 상승세를 타는 LG그룹 계열사들이 나란히 톱10에 들었습니다. LG화학(3535억원) 8위, LG에너지솔루션 9위(3299억원)입니다. 이어 두산그룹 두산에너빌리티가 10위(2691억원)에 올랐습니다. 원전 부활에다 배터리 관련 사업 진출까지 업황 흐름을 타고 재도약하는 모습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각각 358.9%, 102.3%씩 증가해 유망 신사업을 주도하는 다크호스 면모가 납세실적으로 부각됩니다.
그 외 후순위 기업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증가율 443.3%)만 빼고 모두 법인세비용이 감소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세수 환경이 좋지 못합니다. 세전이익 5위인 포스코홀딩스 법인세비용이 마이너스입니다. 전년과 같이 이연법인세자산 등을 적용한 세비 환급분이 납세비용 지출액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재작년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작년 5위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이번엔 영업적자가 심해 아예 순위권을 벗어났습니다.
이처럼 세수 감소 우려가 짙어진 가운데 글로벌 환경도 징세 환경에 비우호적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제조 공급망 안보를 위해 기업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어 국내서도 기업에 대한 증세가 어렵습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도 국내 투자 시 세제감면 혜택을 가득 담았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글로벌 최저한세나 국가간 합의 절차를 거치는 중인 디지털세 등 조세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최저한세의 경우 해외 세금을 덜 내는 다국적 기업이 국내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구조라 증세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디지털세는 국내 기업 납세 감소분을 해외 기업에게서 메꿔야 하는 터라 세금 징수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작년 법인세가 1% 내린(24%) 데다 기업들이 부실 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기조”라며 “자산 처분 시점에 이연법인세자산을 활용해 비용 절감을 꾀하는 상황에서 세수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수 재정 관측을 잘못한 게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한편, 법인세는 조세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연말과 중간예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중간예납기간은 8월31일까지이며 납부세액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법인이 분납신청하면 9월30일까지 연기할 수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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