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기업인 사면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횡령, 세금포탈, 갑질 논란 등 죄질이 좋지 않은 총수들이 사면됐는데 과연 이들이 '국민 통합'이라는 사면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는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이 포함됐고 여객화물 운송업, 생계형 어업인,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등 81명197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받았습니다.
배임·갑질 등 논란 많은 재벌들 사면
이들과 함께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등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고는 하나, 배임과 갑질 등 갖가지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재벌 총수들이 대거 사면됐기 때문입니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는 회삿돈 4300억원을 횡령·배임하고 서민 임대아파트를 불법 분양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8월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을 앞에 두고 "임대주택 거주자나 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회삿돈 500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900여억원 손해를 입힌 혐의, 법인세 9억여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8년 징역3년을 선고받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161일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나 '황제보석'이라는 국민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운전기사들에게 상습 갑질을 한 혐의로 2019년 11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고,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은 2019년 7월 회삿돈 700억원을 빼돌리고 이 중 55억원을 불법 리베이트로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 복역했습니다.
사법부·행정부 견제 기능 상실한 사면 '남용 우려'
앞서 이명박정부는 '경제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재벌 총수들을 대거 사면에 논란을 낳았습니다. 2008년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고, 이듬해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을 원포인트 사면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박근혜정부 때는 2015년 횡령 혐의로 구속됐던 최태원 SK 회장을 사면했고, 이듬해에는 이재현 CJ 회장을 사면했습니다. 반면 문재인정부 때는 뇌물, 배임, 횡령 등 중대 부패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사면을 단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해 8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결정해 비판 받았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사법제도 운영으로 인한 반성적 고려와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민주주의 원칙과 국민 신뢰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재벌 총수들 사면은 헌법상 행정부와 사법부가 분립돼 서로 견제하도록 돼 있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예를 들어 군사 독재 정권 시절 정부의 독재에 항의해 징역을 살았던 분들이 세월이 흘러 사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을 때가 진짜 사면의 의미"라며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부패 사범인데, 이들에 대한 재판이 잘못됐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사면은 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8.15 광복절 특사와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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