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4대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현금흐름이 나빠졌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LG전자, LG화학 중 현대차만 제외하곤 모두 실적이 부진해 현금 유입이 감소했습니다. 이에 각사가 재고자산 조정이나 금융상품 투자금 회수 등 유동성 대책에 신경쓴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글로벌 경기불안에다 국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디플레이션 위기마저 도래해 유동성 관리가 비상국면입니다.
금융투자 회수해 현금 늘린 삼성전자
17일 각사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는 대체로 제품 판매로 벌어들인 현금유입이 감소했고 기말현금이 늘었으나 차입금 위주라 부실합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말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4조원으로, 전년 24조원에서 대폭 줄었습니다. 회사가 경상적으로 벌어들인 현금상태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입니다.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3조원으로 전년 동기 22조원에서 크게 줄어든 여파가 컸습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재고자산을 줄여 현금흐름 악화를 방어했습니다. 작년엔 재고자산이 늘어 현금흐름상 10조원이 차감됐는데 올해는 재고를 줄이면서 현금흐름도 5조원 차감에 그쳤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유동성 대책이 눈에 띕니다. 단기금융상품에서 투자금을 제외하고 43조원을 회수했습니다. 전년엔 회수보다 투자가 더 많아 9000억여원 유출됐던 데서 바뀐 흐름입니다. 장기금융상품도 처분해 4조원을 회수했습니다. 작년에도 비슷하게 회수하긴 했지만 동시에 4조원을 신규 취득한 반면, 올해 취득 규모는 5억원으로 최소화했습니다. 금융투자를 보수적으로 해 현금보유량을 늘린 것입니다. 주식이나 채권 등 공정가치금융자산도 3조원 정도 현금화했습니다. 전년엔 4840억원 현금화했던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투자를 늦추지도 않았습니다.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에 29조원을 써 전년 20조보다 확대됐습니다.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대출을 늘리지도 않았습니다. 단기차입금이 1조5000억원 정도 순감소했습니다. 다만 차입금을 줄이는 노력에도 배당금 지출이 4조9000억원이나 돼 재무적 부담이 됩니다. 전년에도 고정적으로 4조9000억원 배당지출했지만 실적이 떨어지자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금융상품 투자 회수금이 워낙 많아 기말 현금은 79조9000억원이나 됩니다. 오히려 실적이 좋았던 작년 39조5000억원보다 늘어난 규모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 적자가 길어지고 경기침체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소가 팽배한 상황에서 현금보유량을 급격하게 늘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차입금을 줄인 노력은 금리인상 등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추세에 대응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삼성전자 금융비용은 올 반기 7조원으로 전년 8조원보단 줄었지만 2021년 반기 3조5000억원에서 불어나 있습니다.
시설투자금 자체조달능력 부족해져
현대차는 실적이 좋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적자전환했습니다. 작년 4조5000억원 유입에서 1000억원 정도 순유출로 바뀌었습니다. 재고자산이 증가해 마이너스 계상된 금액이 2조5000억원 정도로 전년 1조5000억원에서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영업관련 기타금융자산도 증가해 적자 계상된 게 1조6000억원 정도 됩니다. 전년엔 1926억원에 불과했는데 커졌습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등 신규 투자가 많아 현금 유출이 많은 점도 부담입니다. 유형자산 취득에 2조8000억여원을 사용해 전년동기보다 1조원 정도 늘었습니다. 이를 위한 자금 조달차 차입금을 늘리는 상황으로, 기말 현금이 4조원 정도 늘어난 원인이 됐습니다.
영업적자 손실이 큰 SK하이닉스는 영업현금흐름도 작년 9조7000억여원 유입에서 올 6940억원 순유출로 바뀌었습니다. 스스로 감산 계획을 밝힌 SK하이닉스는 실제 유형자산 투자금을 5조원 정도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경상이익이 부족하자 차입금을 늘리는 기조도 강해졌습니다. 상반기 차입금으로 13조원(전년 3조원) 현금을 확보해 기말현금도 1조5000억원 정도 늘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당기순손실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조3000억원 순유입됐습니다. 전년 1조원에서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조정 결과입니다. 실제 자산 규모엔 큰 변화가 없으나 회계상으로만 현금유입이 늘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투자금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사채 및 차입금이 크게 늘어 기말 현금도 증가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LG전자와 LG화학도 현금흐름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재고자산 부분 회계조정에 따른 결과입니다. 반기 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했습니다. 이들 역시 차입금 증가세에 기말현금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가 많은 기업은 실적이 나빠도 사채 등 금융자금을 유리하게 조달하기 위해 유동성 지표를 관리해야 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기업들이 유동성 관리가 필요한 배경으로 최근 중국에서 번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목됩니다. 국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리오프닝효과가 저조한 데다 소비자물가가 10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습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하락해 경기부진 요인이 대두됩니다. 중국 당국으로선 소비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도 애매한 형편입니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에 글로벌 금융자본의 엑소더스 우려마저 제기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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