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에도…현대제철, 현대차향 내부거래 꼼수 늘어
동부특수강 인수 당시 경쟁제한 법률 위반에 공정위 시정조치
하지만 이후 현대위아와 수의계약 내부거래로 경쟁사들 배제
중국 종속법인 만들어 내부거래, 국내 제재 우회하기도
2023-08-11 06:00:00 2023-08-11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 인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법 위반 제재를 받았으나 경쟁자를 배제하는 내부거래는 여전해 보입니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 수직계열화로 경쟁사업자 봉쇄 등 경쟁제한 우려가 있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다고 판단, 비계열사를 차별하지 않도록 시정조치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제철은 현대위아를 상대로 한 차부품향 내부거래가 증가했으며, 이조차 수의계약으로만 이뤄지는 등 경쟁사를 배제했습니다. 또 중국 종속법인을 만들어 국내 제재를 우회하면서 내부거래를 늘렸던 정황도 나타납니다.
 
공정거래법 위반에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지난 2015년 공정위는 현대제철이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할 당시 기업결합 심사에서 원료부터 최종 수요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경우 관련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를 봉쇄하는 등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지만, 기업결합은 승인했습니다. 결합을 금지하는 대신 법 제16조 제1항 규정을 적용해 우려되는 경쟁제한 폐해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습니다. 현대종합특수강 제품 구매강제 금지, 비계열사 차별 금지, 거래과정에서 취득한 경쟁사 정보 공유금지, 이행감시협의회 설치 등입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법상 효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경쟁제한 폐해는 나타났습니다. 해당 인수로 인한 수직계열화 구조는 현대제철이 선재를 생산해 이를 현대종합특수강이 매입하고 냉간압조용 강선(CHQ Wire)과 마봉강(CD Bar)으로 가공, 현대기아차 협력사 및 계열사 등 수요처를 거쳐 최종 완성차에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현대제철은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한 이후 2016년 2월 선재 시장에 첫 진입했습니다. 현대종합특수강은 세아특수강, 대호특수강과 경쟁하는데 전방 2차 가공 협력업체들에게 현대기아차 납품 물량을 조건으로 강매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게 공정위 제재 골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재 속에 2차 가공 단계 내 현대종합특수강 대주주(40%, 현대제철 60%)인 현대위아가 진입합니다. 현대종합특수강은 2017년에 현대위아를 상대로 첫 4억원 매출 내부거래가 발생했습니다. 다음해인 2018년엔 63억원으로 거래가 급증했습니다. 마지막 결산해인 2022년엔 97억원까지 늘어난 게 확인됩니다. 현대위아는 매출 중 90% 이상이 차부품입니다. 작년 기준 현대차향 매출이 8704억원, 기아차향 매출이 3조424억원 발생했습니다. 그밖에 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을 상대로 한 내부거래가 많습니다. 현대제철과 현대종합특수강은 본래 2차 가공 협력업체를 거쳐야 할 물량 일부를 현대위아로 내재화한 셈입니다.
 
경쟁사 차별금지 제재 무색하게 수의계약만
 
특히 현대위아는 현대종합특수강과 내부거래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경쟁사를 배제했습니다. 작년엔 12번 거래했는데 모두 수의계약입니다. 내부거래 내역을 공시한 최근 수년간 거래 중 입찰은 없었습니다. 경쟁제한 폐해를 막기 위해 공정위가 제재를 가했지만 사실상 계열사를 통해 회피한 것입니다.
 
해외법인을 만들어 비슷한 경로를 만들었던 정황도 포착됩니다. 현대제철은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한 뒤 중국법인(강소종합특수강)을 설립했습니다. 중국 법인은 2016년 4분기부터 생산을 개시했습니다. 이후 현대종합특수강은 중국 법인을 상대로 내부거래가 늘어났습니다. 중국 법인은 현지 현대기아차 공장에 차부품을 납품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늘어난 내부거래만큼 경쟁사가 납품할 기회는 줄어든 것입니다.
 
이 시도는 다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매년 적자를 보다 2021년 중 매각됐습니다.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2018년 이후 지속 감소한 탓입니다. 현대종합특수강은 해외현지법인을 지원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집단에선 금지되는 지급보증(해외법인 예외)도 제공했는데 우발채무에 따른 손실까지 입었습니다.
 
현대제철의 경우 선재사업 후발주자였음에도 현대종합특수강을 통해 관련 매출을 빠르게 늘렸습니다. 2016년 현대종합특수강이 현대제철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45억원에 불과했는데 2022년엔 2247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그 해 현대종합특수강의 매출원가 5835억원 중 현대제철 비중이 39%나 차지합니다.
 
이같은 수직계열화 및 내재화로 현대제철과 선재 부문 경쟁하는 포스코와 세아창원특수강은 점유율이 줄었습니다. 업계에서 자체 파악한 점유율 통계를 보면 2015년 0%였던 현대제철이 2017년 17.7%까지 늘었습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포스코가 59.4%서 51.6%로, 세아창원특수강이 6.1%서 4.5%로, 여타 업체들이 34.5%서 26.2%까지 줄어든 게 확인됩니다. 현대종합특수강과 경쟁해온 세아특수강은 2014년말 43% 정도의 점유율을 보였으나 작년까지 34~36%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기존에 현대기아차향 물량에 의존했던 국내 매출에서 벗어나 해외 매출 비중을 작년 22.3%까지 늘린 것을 고려하면 국내시장 점유율은 더 떨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경쟁제한을 막기 위해 조치했지만 제재 효력을 기대하긴 힘들었다”며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로 내재화율이 커질 것은 불가피해 개별 업체들이 자구책을 찾아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업계의 꼼수 지적에 대해 현대제철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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